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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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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사찰 피해를 바라보며 박용현은 내가 일하는 신문사의 동기이자 벗이다. 그는 얼마 전 폭로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불법 사찰 자료에 ‘ 편집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실명이 특정돼 등장했다. 보도가 나온 날 아침, 흡연 공간에서 그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그래, 사생활은 깨끗하냐?” 함께 웃긴 했지만, 뒤통수가 서늘해지면서, 어느새 머릿속은 이 정권 들어서 내가 노상방뇨를 몇 번이나 했는지 헤아리고 있었다. 언론들의 반응은 처음엔 뜨뜻미지근하다 이내 후끈해졌다. 특별세무조사를 받을 때(김대중 정권)나 기자실이 통폐합돼 합동 브리핑룸이 설치될 때(노무현 정권)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조건반사적으로 떨쳐 일어섰던 그들이 이제 언론 자신과 관련한 사안에서도 신중해진 것일까. 지상파 3사와 조·중·동은 하루쯤 간을 보다..
국제인권기구와 한국의 역할 [뒤짚어 기고] 유명환 장관 조선일보 기고 ‘G20과 한국의 역할’ 지난 24일, 전세계 120여개국 국가인권기구 협의체인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CC)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앞으로 의장 명의의 공식서한을 보내, 한국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 계획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ICC는 한국 정부의 계획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과 효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인권위가 쌓아온 신뢰가 저하될 것을 우려했다. 결정적으로 한국의 A등급 승인을 재심사하고, 2010년 한국 인권위원회의 ICC 의장기구 수임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사고 있는 셈이다. 한 때, 한국 민주주의는 경이의 대상이었다. ‘쓰레기에서 핀 장미꽃’이란 표현은 이를 집약하는 경외였다. 민주주의는 진행 중인..
유영철 사건 비사로 돌아본 ‘얼굴공개’ 피의자 인권 논란, 우리 자신의 인권을 되묻는다 2004년 여름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체포됐을 때, 나는 한겨레신문사 사회부 사건팀장을 맡고 있었다. 그가 검거된 직후부터 모든 신문·방송이 그를 ‘연쇄 살인범 유영철’이라고 부를 때, 한겨레는 끝까지 ‘연쇄 살인 피의자 유아무개씨’로 표기했다. 덕분에 독자들로부터 항의도 많이 받았다. “살인마를 비호하는 거냐” “한겨레만 익명 보도해봐야 아무 소용없는데, 혼자 옳은 체하려는 거냐” 따위였다. (당시 1심에서 유영철을 변론했던 변호사는 ‘사무실을 폭파하겠다’는 등 온갖 협박전화에 시달리다 못해 전화번호까지 바꿔야 했다.) 한겨레는 이번 경기 서남부 지역 연쇄살인 사건에서도 얼굴을 공개하기는커녕 저 홀로 익명 보도를 하고 있다. 신문사로서도 고민이 적지 않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