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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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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의 ‘정체성 정치’ “특정 종교, 민족, 사회적 배경 등을 가진 사람들이 전통적이고 광범위한 기반의 정당정치에서 탈피해 배타적인 정치적 연합을 형성하는 경향이다.” ‘정체성 정치’에 대해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사의 웹 사전 ‘렉시코’(Lexico)가 내린 정의다. 오늘날 정체성 정치의 대표적 하위 범주인 ‘젠더’가 예시에서 빠져 있어 아쉽다. 대신 ‘배타적’이라는 표현을 써서, 정체성 정치가 빠질 우려가 있는 함정이 뭔지 암시한 대목은 인상적이다. 정체성 정치는 소수자들에게 유력한 정치투쟁 수단이다. 이들은 기성 정치체제로는 대의되지 못하는 정체성을 억압의 경험을 통해 공유하고, 억압에 맞서 연대한다. 다만 두 개의 다른 정체성 사이에 오직 소수자라는 이유로 보편적 지평이 열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우리)의 고통은 오직 ..
오빠와 감독님 우리말 가운데 쓰임새가 가장 넓고 다양한 건 ‘거시기’일 것이다. 전라도 분인 내 아버지는 1분간 전화 통화를 할 때 평균 6차례 “거시기”를 구사하는데, 곁에서 듣고 있노라면 도대체 어떻게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싶을 지경이다. 기호는 맥락 위에서 상호 교집합이 형성될 때 비로소 기능한다. 교집합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기호는 은어의 성격을 띠게 된다. 백제군이 구사하는 ‘거시기’는 신라군에겐 요령부득이다(영화 ). ‘거시기’ 다음은 ‘빨갱이’이지 싶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어르신들이 얼마 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했는데, 박근혜 의원에게 완전국민경선을 요구하는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의원을 “빨갱이”라고 비난했다. 전향 우파인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야 과거를..
‘전향’마저 과분한 당신들의 대한민국 ※ 이 글은 한국판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변절, 적대적 공생 위한 기회주의의 낙인찍기 호명 선민의식 젖은 전향자들 민족주의·애국주의로 귀착 경제학자 정운찬은 변절자인가라는 물음은 논쟁적이다. 정운찬의 이명박 정부 총리 입각을 두고, 적지 않은 이들이 ‘변절’이라 불렀다. 그러나 정운찬의 선택에서 나름의 내적 ‘일관성’을 발견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어느 여성 언론인은 “2007년 한나라당에서 ‘정운찬이야말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손색이 없다’ 했는데 딱 들어맞았다”고 했다.(1) 그는 정운찬이 서울대 총장을 하면서 부자를 위한 삼불제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2007년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때도 진흙탕 속에 들어갔다 발에 흙 한 점 안 묻히고 나오려 했다고 평가했다. 사실에 어긋나는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