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재명

(4)
‘내로남불’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두고 한동안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피의사실을 육하원칙에 따라 삼엄하게 기술해야 하는 문서의 성격과 위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검찰이 잘 알았을 테고, 그런데도 굳이 그걸 사용한 의도쯤은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국어와 영어의 혼종으로 그럴듯한 사자성어 꼴을 갖춘 이 신조어의 거침없는 번식력에 정작 눈길을 빼앗겨, 이러다가는 머잖아 헌법 조문에도 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열없는 상상까지 하고 말았다. ‘내로남불’은 1996년 당시 신한국당 의원이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처음 사용했다는 설이 있다. 본인 주장이지만, 사실이라면 일단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성싶다. 일회성 유행을 넘어 언..
‘이대남’의 약발도 소멸한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이미 만신창이다. 15일 개시된 공식 선거운동은 오랜 정치적 내전 상태에서 뒤늦게 나온 선전포고처럼 뜬금없어 보이고, ‘공약으로 승부하라’는 지당한 주문은 작렬하는 포탄 앞에서 평화선언을 주창하는 것만큼이나 초현실적으로 들린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20대 대선이 역대 최악의 적대적 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데 이론을 찾기 어렵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귀엣말의 외설로 기억되던 1992년 대선마저 어느덧 ‘인지상정’의 미담 설화로 느껴질 지경이 되었다. 알다시피 이번 대선의 적대성을 상징하는 대표 집단은 ‘이대남’(20대 남성)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단문 메시지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면서 대선 판세를 일거에 흔들어놓은 장본인들로 지목된다. 전체 유권자의 6.7%에..
‘여가부 해체’와 ‘멸공’이 말하지 않은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은 극단적으로 짧았다. ‘설화’를 줄이기 위한 전술의 일환이 아닐까 짐작도 해봤다. 그러나 훨씬 강력한 쓸모는 상대의 말문을 막는 것이었다.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의 뜻을 묻는 기자들에게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엉터리없는 동문서답이 아니다. 더는 묻지도, 답변을 기대하지도 말라는 거다. 그리하여 ‘여성가족부 폐지’는 설명 따위 필요 없는 암기과목의 단답형 정답이 됐다. 문제는 그 정답이 누구에게 제출됐는가다. 빨간펜은 ‘이대남’이 쥔 모양새다. 말이 잘려나간 자리는 ‘밈’(meme·인터넷에 퍼뜨리기 위해 연출한 이미지물)으로 채워졌다. 윤 후보가 멸치와 콩으로 몸소 시전했다. 밈의 순기능은 ‘풍자’다. 쓰..
설계를 설계하라 ‘설계’는 대장동 사태의 열쇳말이다. 검찰 수사의 길잡이별이 ‘설계’임은 물론이다. 누가, 왜 수익 배분을 그렇게 설계했는지 사법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검찰이 가려는 최종 목적지일 것이다. 인물로 치환하면 화천대유 3인방을 비롯한 토건-법조 카르텔을 경유한 뒤에야 나올 ‘윗선’일 것이다.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예단을 가진 수사라고 단정하면 그 또한 섣부른 예단이다. 수사의 범주를 제한하다간 외려 성역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예단을 가진 수사와 성역 없는 수사는 기실 한끗 차이다. 문제는 의도성을 가진 수사인지 여부다. 그러할지 우려하는 시선과 그러하길 기대하는 시선 모두 탄탄한 경험칙에 근거하고 있다. 검찰은 그 우려와 기대 사이의 협곡을 통과해야 한다. 스스로 지은 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