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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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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의 약발도 소멸한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이미 만신창이다. 15일 개시된 공식 선거운동은 오랜 정치적 내전 상태에서 뒤늦게 나온 선전포고처럼 뜬금없어 보이고, ‘공약으로 승부하라’는 지당한 주문은 작렬하는 포탄 앞에서 평화선언을 주창하는 것만큼이나 초현실적으로 들린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20대 대선이 역대 최악의 적대적 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데 이론을 찾기 어렵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귀엣말의 외설로 기억되던 1992년 대선마저 어느덧 ‘인지상정’의 미담 설화로 느껴질 지경이 되었다. 알다시피 이번 대선의 적대성을 상징하는 대표 집단은 ‘이대남’(20대 남성)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단문 메시지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면서 대선 판세를 일거에 흔들어놓은 장본인들로 지목된다. 전체 유권자의 6.7%에..
‘여가부 해체’와 ‘멸공’이 말하지 않은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은 극단적으로 짧았다. ‘설화’를 줄이기 위한 전술의 일환이 아닐까 짐작도 해봤다. 그러나 훨씬 강력한 쓸모는 상대의 말문을 막는 것이었다.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의 뜻을 묻는 기자들에게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엉터리없는 동문서답이 아니다. 더는 묻지도, 답변을 기대하지도 말라는 거다. 그리하여 ‘여성가족부 폐지’는 설명 따위 필요 없는 암기과목의 단답형 정답이 됐다. 문제는 그 정답이 누구에게 제출됐는가다. 빨간펜은 ‘이대남’이 쥔 모양새다. 말이 잘려나간 자리는 ‘밈’(meme·인터넷에 퍼뜨리기 위해 연출한 이미지물)으로 채워졌다. 윤 후보가 멸치와 콩으로 몸소 시전했다. 밈의 순기능은 ‘풍자’다.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