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모론

(2)
저 오토바이에도 리본을 달아주세요 지난 주말 저녁 가족과 외식하러 가는 길에 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왕복 6차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오토바이 넉 대가 잇따라 보행 신호를 어기고 지나치더니, 좌우로 교차하는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며 네거리를 빠져나갔다. 이들 ‘거리의 무법자’에게서는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첫째, 소형 스쿠터를 타고 있었다. 둘째, 플라스틱 배달통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셋째. 이들은 곡예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계를 향해 각개로 사선을 돌파하는 것처럼 보였다. 짐짓 점잔을 빼는 할리데이비슨 동호회는 생계용 주행과는 애초 무관한 존재들의 집합체다. 상당수가 음식점 배달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폭주족조차 떼 지어 곡예를 펼치는 동안엔 순수 유희집단이 된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만이 오직 ..
그의 예언이 적중하더라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월간지 의 편집장 노릇을 할 때, 성폭력 피해 생존자 인터뷰를 연재했었다. 연재 제목은 ‘내 몸, 파르헤시아’였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진실을 말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을 담았다. 그리스어 파르헤시아(parrhesia)는 ‘진실을 말하는 용기’쯤으로 풀이된다. 글감이 글감인지라 200자 원고지 50매씩 지면을 차지하다 보면 매체 이미지에 잿빛이 드리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주어가 되는 저널리즘을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앞섰다.막상 연재를 시작하고 나니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사달이 나곤 했다.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인터뷰이로부터 제목 속 표현 하나 때문에 거센 항의를 받는가 하면, 당사자만 겨우 식별할 수 있을 만한 사진 속 작은 표지를 프라이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