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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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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린 낯선 냉면을 먹게 될 것이다 을지면옥(서울 중구 입정동)은 먹으러 들어갈 때부터가 먹는 과정의 일부인 음식점이다. 공구 가게와 배터리 가게 사이로 난 너비 1.5m의 통로를 지나 상가 뒤편으로 빠져나가면 안채처럼 자리한 건물이 얼굴을 내민다. 을지면옥을 찾아 들어가는 과정은 삼삼함을 지나야 비로소 감칠맛이 열리는 이 집 냉면 맛을 공간적으로 재현한 듯하다. 믿거나 말거나, 단골들은 좁은 통로를 다 지날 무렵 침샘이 서서히 열리는 걸 느낀다.얼마 전부터 ‘을지면옥’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가게가 재개발로 사라질 처지라는 보도에, 계절 불문하고 문전성시를 연출하던 미식가들이 너도나도 자판을 두들겨대는 것이리라. 정확히 말하면 을지면옥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옮겨가야 할 처지지만, 레시피를 그대로 옮겨도 맛은 온전히 옮기지..
냉면의 사대천왕과 을밀대 서울 최고기온이 32도를 넘어선 날, 느긋하게 ‘을밀대’(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갔다. 자리가 한 순배쯤 돌아 빈자리가 있을 거라던 내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줄이 30m도 넘게 늘어서 있었다. 냉면 먹기를 포기하고(그럴 만한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웃 순댓국집에서 배를 채우는데, 창 너머 냉면 줄은 시간이 가도 줄어들 줄을 몰랐다. 냉면의 기세가 무섭다. 한국 여름 전통음식의 최강자라는 데 더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황구나 영계로 조리한 음식은 특정한 날에만 불티나는 절기 음식 자리를 넘어서지 못하지만, 냉면은 날짜와 요일과 끼니때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그러나 냉면이 지존의 자리에 오른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인 듯하다. 아랫녘 출신인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냉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