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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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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적인, 너무나 위계적인 기후위기 이번 수도권 물난리가 기후위기와 관련 있는지는 아직 축적된 데이터가 적어 판단할 수 없다고 어느 전문가가 언론에다 말했다. 기후위기는 축적된 데이터를 교란하는 양극적이고 돌발적이며, 따라서 통계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된 사태다. 쓸모없어진 데이터가 계속해서 쌓여야 언젠가 쓸모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은 기후위기 여부를 영원히 판단하지 않겠다는 재귀적인 자기암시로 들린다.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도 통계적으로 위험이 예측 불가능해진 사회라는 점에서 기후위기의 20세기적 언명과 같다. 다만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는 그의 명제는 적어도 기후위기 앞에서는 참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지독히 위계적이고 계급적이다. 발달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감정노동하는 면세점 사업장 노조 간부와 열..
‘바보짓 50년’이 시작됐다 이것은 다만 하나의 가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5년 전 전기차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봐온 누군가가 장탄식을 내뱉는다.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내연차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을 것이다.” 그 누군가는 장삼이사가 아닌 이 나라 최고권력자다. 언론들은 뭐라 했을까. 이것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초현실적인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내 대표적 원전 업체인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를 방문했다.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을 것이다.” 몇몇 유력 언론은 그의 말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로 넘어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하청노동에 비친 후쿠시마 10년 2013년 도쿄에서 우편집배원으로 정년퇴직한 이케다 미노루는 이듬해 후쿠시마로 갔다. 그곳에서 1년 남짓 도쿄전력의 3차 하청노동자로 후쿠시마 원전 1호기와 주변 지역의 오염 제거 작업에 투입됐다. 43년 집배원 경험으로는 절대 알 수 없던 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후쿠시마를 떠날 때, 그는 1년 전의 그가 더는 아니었다. 이후 자신이 겪은 일들을 라는 책으로 펴내고, 탈핵 활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후쿠시마로 떠나기 전 그의 머릿속은 원전 사고 복구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과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반반이었다. 그 생각은 현지에서도 절반씩 실현됐다. 후쿠시마를 사람 살 수 있는 곳으로 되돌리는 데 필요하다는 작업을 하긴 했다. 파견회사도 그 일을 시급으로 쳐서 다달이 돈으로 주긴 줬다. 그러나 현장은 과학 대..
국회의사당에 원전을 짓자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1호기 앞 바닷가에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이 서 있다.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수소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지난해 9월에 들어섰다. 수소전기차 충전소는 대표적인 기피시설이다. 정부의 목표는 지난해까지 전국 89곳에 설치하는 것이었으나, 주민 저항이 심해 여태 37곳에 머물러 있다.(8월 말 현재) 그런 기피시설이 지체 높은 국회 안에 설치돼 있으니 상징하는 바도 각별하다. 국회는 여염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나랏일 하는 이들은 사사로운 이유를 앞세워 공공시설을 기피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 세종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압도적 다수 여당의 뜻이니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이지 않는다.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