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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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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은 어처구니없지 않다 ‘훅’에 올린 글입니다. 분기마다 한 번 정도 글을 쓰는군요. 날도 서늘해졌으니 더 자주 써볼까 합니다.엄기영 전 문화방송 사장이 “심장이라도 빼서 지역에 봉사하고 싶다”라고 했다는 기사를 처음 봤을 때(1), 난 그것이 그다지 어처구니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표현은 과격했고, 정반대로 행동은 배알이 없었던 게 사실이긴 해도, 목숨을 건 복종 맹세는 그렇듯 언제나 모순적이다. 무엇보다 그의 ‘심장 적출 봉사론’은 그가 문화방송을 떠나며 로비에 모여 있던 사원들을 향해 “MBC 파이팅”을 외친 것과 화용론적으로 조응한다.“MBC 파이팅”과 ‘심장 적출 봉사론’의 공통점공영방송 사장이 부당하게 잘려나가는 게 축구 선수 퇴장 정도쯤 되는가. 그에게는 주식회사 문화방송만 있을 뿐 공영방송, ..
MBC엔 어처구니가 살았다 ‘어처구니없다’의 어근 ‘어처구니’는 그 어원부터 어처구니없다. 옛사람들은 맷돌의 손잡이를 ‘어처구니’라 불렀다. 맷돌을 돌리려는데 어처구니가 없으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겠는가. 이처럼 기원이나 쓰임, 꼴 등이 사전적 의미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빚어내는 표현이 더러 있다. ‘숲’의 경우 글꼴과 소리가 저절로 숲의 시청각적 이미지를 재현하는 절묘한 기호다. 그러나 ‘숲’도 더는 ‘어처구니’에 필적할 수 없게 됐다. ‘어처구니’는 최근 ‘아이러니의 언어’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라는 오프닝 코멘트로 유명한 앵커 출신 방송사 사장이 참으로 어처구니없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니 말이다. 저널리즘에서 ‘어처구니없다’는 그다지 친숙한 표현은 아니다. 무엇보다 객관주의적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