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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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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혹은 복합골절 은 제2의 인가? 두 영화가 각각 지난해와 올해를 대표하는 실화극 장르의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회적 반향에서도 은 못지않다. 그러나 ‘도가니 현상’과 ‘부러진 화살 현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가지런하고 후자는 복잡하다. 가 단일한 정서를 용융해낸 분노의 도가니였다면 은 활을 쏘는 사대(射臺)이자 동시에 도처에서 난사되는 화살의 표적이기도 하다. 그런 현상에는 이 겨냥한 과녁이 하필 사법부였다는 것도 한몫 했을지 모른다. 오늘날 사법부는 입법부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대의정치의 최종 심급 반열에까지 올랐다. 그런 지엄한 권력이 화살을 맞고만 있을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로라하는 이름의 양식있는 재야 법조인들도 다양한 단서를 달아 이 영화의 메시지를 온전..
‘7천만 원’이라는 불문법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시간을 두고 살펴본 바, 한국의 주류 언론이 결코 태도를 바꾸지 않는 사안은 딱 하나다. 가장 완고할 것 같은 북한에 대한 보도 태도도 어떻게든 상황논리를 반영하게 돼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때 그들이 누구보다 격정적이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어떤 사실관계와 맥락에서도 끝내 변하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 파업에 대한 보도 태도다. 그것은 이제 클리셰를 넘어서 뚜렷한 강령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유성기업 노동조합이 합법적 파업을 하고도 뭇매를 맞고 있다. 노동자들은 사용자 쪽의 사업장 폐쇄에 맞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무더기로 구속됐다. 그러나 공권력의 매질 전에 언론의 멍석말이가 먼저 있었다. 보도만 보면, 파업 노동자들은 국가경제 차원에..
재스민 혁명 보도가 가리는 것들 1년 만에 에 글을 다시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미디어 현상에 대한 관심의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고, 신문·방송 보지 않는 낙마저 알아버려, 차질없이 연재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일단, 처방을 하나 내렸습니다. 매주 쓰지 않고 격주로 쓰는 것으로. 아무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 글은 다시 시작한 연재 첫 번째 글입니다. 한 시사주간지 최신호 표지 제목은 ‘광기의 종말’이었다.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의 사진이 그 옆에 실렸다. 내가 카다피라면 꽤나 서운할 일이다. 한국 언론은 이전에 그를 미친 사람은커녕 독재자라고 규정한 적도 없다. 그가 팬암기 폭탄 테러 의혹을 살 때도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든든한 후원자였고, 따라서 한국 국민의 벗이었다.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나 벤 알리 전..
이런 언론탄압, 환영합니다 박해와 순교, 거짓 선지자의 아우팅, 그리고 수용자의 진화 기자가 구속되고 피디가 체포되는 작금의 사태를 두고 이들 직업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건 무척 한가해보이거니와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기자와 피디의 위상이 예전만 같지 못하대도, 그 때문에 이들이 체포·구속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반대로, 이번 사태가 전 사회적 반발을 부르는 것이 이들 직업의 높은 위상과 관련된 것으로 보는 것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는 (주로 댓글을 통해) 그런 공방이 오가고 있다. 기자·피디의 위상을 폄하하든 추켜세우든, 그들이 보통 직업인과는 달리 취급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액면으로만 보면 “어떻게 기자·피디를 잡아갈 수 있느냐”와 “기자·피디는 신분증에 금테라도 둘렀냐”는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