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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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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지기 신소1의 결혼에 부쳐 2023년 7월8일 신소1 결혼식에서 읽은 편지입니다. 실제로 읽었을 때는 슬랩스틱 신파 장르가 되고 말았습니다. 내 생애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신비의 소녀 1호, 줄여서 신소1에게 너한테서 결혼할 결심을 처음 들었을 때, 뛸 듯이 기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네가 그 선택으로 인해 지금 행복하고 또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으면 족하다고 여기려 했다. 아빠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 같아야 할 터였다. 그렇지 못했다. 컴컴한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에 빠져들고는 했다. 이 편지는 네 결혼을 앞두고 아빠의 몸과 마음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태를 해석하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이다. 뙤약볕에 오래 졸인 바닷물이 허공으로 흩어진 뒤 시나브로 소금이 오듯이, 아빠는 이제야 겨우 쓰기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아빠를‘아빠’라 부르지 말아다오~ 나와 딸들 사이에 오가는 언어가 범상치 않음을 알아챈 건 3년 전 이맘때였다. 소설 쓰는 손아람, 둘쨋딸 신소2(신비의 소녀2)와 셋이서 당일치기 나들이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손아람이 말했다. “형네는 참 특이해요.” 식구끼리는 좀체 쓰지 않는 “고마워”와 “미안해”를 일삼아 쓰더라는 거였다. 우리가 그랬던가.그렇다고 나와 두 딸이 유별나게 내외하는 처지는 아니다. ‘불가근 불가원’이라면 모를까. 신소1(큰딸), 신소2는 나와 합의를 거쳐 얼마 전부터 나를 이름으로 부른다. “아빠! 아차, 영춘!” 아직은 서툴지만, 곧 입에 붙으리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 이 의지적인 행동의 뿌리는 다름 아닌 식구끼리도 서로 민감하게 배려하는 몸에 밴 감수성일 테니까. 그녀들이 “영춘, 미안!” “영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