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슬기로운 신문 생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을 기리는 대다수 신문의 영웅서사는 길고 곡진했으나, 또한 천편일률로 밋밋하고 납작했다. 고인 생전에 매서운 글맛 한번 보여준 적 없는 터에 사후라고 뭘 더 기대할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딱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이들의 일편단심과 달리, 생전의 ‘임’은 이들의 서열을 살뜰히도 챙긴 듯하여. 중앙, 조선, 동아, 한국경제, 서울경제, 매일경제, 한국, 서울, 국민, 한겨레, 경향…. 이 회장에게 아침마다 오른 조간 스크랩의 순서다. 중앙이야 자기 신문이라 여겨 앞세웠을 테고 한겨레와 경향은 멀리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었겠으나, 경제지의 순서를 정한 기준은 짐작하기 어렵다. 스크랩을 만들어 올린 곳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커뮤니케이션팀이었다. 그러나 세계 아이티(IT) 산업을 선도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