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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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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같은 일상, 어디라도 이태원이다 지난달 30일 아침, 버스를 갈아타려고 서울 연세대 앞 정류장에서 내렸다. 여느 일요일 출근길이면 차 한대 볼 수 없던 연세로를 버스들이 태연히 오가고 있었다. 서대문구가 얼마 전에 ‘주말 차 없는 거리’를 폐지했고, 평일엔 버스만 지나갈 수 있는 ‘대중교통전용지구’마저 해제하려고 한다는 기사를 읽기는 했었다. 한적함이 좋아 500m를 부러 걸어서 지나곤 하던 거리가 차량과 경적 소리만 빼곡했던 오래전으로 되돌아가 있는 풍경이 떠올랐다. 간밤 이태원 참사에 개기일식처럼 검게 먹어버린 심장 한가운데로 저릿한 파동이 훑고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이태원 참사와 그보다 한없이 사소해 보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퇴행 사이에도 별자리처럼 이어지는 지점이 있다. 무엇보다, 그날 이태원로의 차량 통행을 막았더라면 골목길..
체르노빌, 셀카가 지운 목소리들 체르노빌 참사’는 1986년 4월26일 발생했다. 2019년 6월 현재 만 33년하고도 두달째인 이 애매한 시기에 ‘체르노빌’이 새삼 화제다. 미국 유료방송 채널인 (HBO)에서 5월6일부터 5주간 주 1회 방송한 동명의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다는 소식에 이어,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체르노빌 현지에 관광객이 몰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자는 ‘좋은 소식’, 후자는 ‘나쁜 소식’이다. 드라마는 역대 최고 시청률과 호평을 얻은 반면, 현지를 찾은 관광객 일부는 노출 심한 사진 등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는 ‘관종’(관심종자) 행위로 비난을 사고 있다고 한다.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돌아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다크 투어리즘’이 스스로 어둠(다크)의 일부가 된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체르노빌 희생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