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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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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능과 현장실습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불수능’이었다고 난리다. 수능 난이도 논란은 연례행사다. 경우의 수는 ‘물’ 아니면 ‘불’뿐이다. 사이도 없고 균형도 없다 보니 난이도에 대한 체감이라기보다 물불 안 가리고 대입에 올인하는 우리 사회의 조건반사일지 모른다는 의심마저 든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성인 언저리 또래들을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문제를 푸는 단일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100%가 아니라 68.9%다.(2017년 통계청) 31.1%는 여러 이유로 대학에 가지 않는다.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등은 대학 전 단계인 고등학교의 유형을 10가지, 다시 세분하면 19가지로 나누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역시 일반고다. 이보다 덜 일반적인 자율고(공립형, 사립형)..
조금 다른 수능일은 오지 않았다 포항 지진 여드레 만에 다시 닥친 수능일 아침, 외가와 친가 쪽에서 잇따라 전화를 받은 둘째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시험은 내가 보는데 왜 주변 사람들이 더 난리지?” 그녀의 굼뜬 동작이 마뜩잖았던 나는 순간 뜨끔했다. 시험장 부근에 내려주며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아무 말’ 한마디 뒤통수에 날리고는 곧장 차를 몰았다. 평소보다 잘 뚫리는 길을 달려 여유 있게 신문사에 도착하고서야 직장인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늦춰진 덕을 본 사실을 알아챘다.즐거울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는 이 이벤트에 온 나라가 올인하는 날이면 신문도 덩달아 ‘클리셰’에 갇히고 만다. 수험생 부모의 기도하는 두 손과 수험생을 태운 경찰 오토바이 사진은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다. 올해 는 ‘조금’ 달랐다. 이 전국적인 소동을 먼발치..
사람 목숨을 버리는 저널리즘은 없다 학교순위 공개에 가린 저널리즘의 신화 당신이 우연히 참사 현장을 목격한다면 사람을 구하겠는가,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겠는가? 초보 기자 시절, 선배로부터 한 번쯤 들어보는 물음이다. 전형적인 딜레마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인들은 아주 깔끔하게 ‘선택’하는 것을 배우고, 이를 내면화한다. “인명 구조는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지만 취재·보도는 당신 말고 할 사람이 없다.” (지금도 똑같은 말을 주워섬기는 것은 시대착오다. 참사현장에는 이미 수많은 ‘폰카’가 있을 테니까.) 모든 물음에는 가치가 전제돼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온전히 신뢰하면 안 되는 몇 가지 이유 가운데는 ‘가치중립적인 물음은 없다’는 것도 포함된다. 프랑스 철학자 알튀세르가 ‘문제 설정’을 강조한 것도, 거칠게 풀이하면, 물음 안에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