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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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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슬기로운 신문 생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을 기리는 대다수 신문의 영웅서사는 길고 곡진했으나, 또한 천편일률로 밋밋하고 납작했다. 고인 생전에 매서운 글맛 한번 보여준 적 없는 터에 사후라고 뭘 더 기대할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딱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이들의 일편단심과 달리, 생전의 ‘임’은 이들의 서열을 살뜰히도 챙긴 듯하여. 중앙, 조선, 동아, 한국경제, 서울경제, 매일경제, 한국, 서울, 국민, 한겨레, 경향…. 이 회장에게 아침마다 오른 조간 스크랩의 순서다. 중앙이야 자기 신문이라 여겨 앞세웠을 테고 한겨레와 경향은 멀리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었겠으나, 경제지의 순서를 정한 기준은 짐작하기 어렵다. 스크랩을 만들어 올린 곳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커뮤니케이션팀이었다. 그러나 세계 아이티(IT) 산업을 선도한다는 ..
필리버스터, 그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애국가를 부르다가 4절에서 막힌다고 해도 그의 애국심을 의심할 일은 아니다. 그가 애국가 4절 완창을 애국심의 출발점으로 강조했고, 애국심을 공직가치의 핵심 기준으로 규정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의 바람잡이 노릇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애국심을 의심하는 건 가령 노량진 고시촌에 ‘애국가 잘 불러 공무원 되기’ 특강 같은 게 생겨서 최우수 이수자가 곧바로 애국자로 승인되는 것만큼이나 난센스 아닌가.테러방지법이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이슬람국가(IS)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논증하는 것도 부질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소식에 탁자를 내려치며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라고 개탄하고는, 별안간 테러방지법과 경제 살리기의 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