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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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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알레고리 한국판 12월호 ‘12월의 르 디플로 읽기’로 쓴 글입니다. 이따금 이렇게 잡문을 써서 블로그에 재활용합니다. 연평도에 떨어진 포탄 수십 발은 한반도가 전쟁을 잠시, 그러니까 60년 가까이 쉬고 있는 상태(휴전)임을 새삼 환기한다. 또 실제 전쟁이 나면 어떤 스펙터클과 내러티브가 우리 앞에 펼쳐질지 매우 실감나게, 그러나 포탄 조각처럼 파편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전쟁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바닷가에서 굴을 따다가, 혹은 거실에서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다가 전쟁을 맞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한국군 수뇌부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 그들도 전쟁의 비등점을 실제보다 꽤 높게 보고 있었던 것같다.) 이처럼 포탄의 메시지는 극히 사실적인데, 정작 한국의 호전주의자들은 몽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말의 전..
아우슈비츠에도 비정규직은 없다 [미디어스 데스크] 나치식 프로파간다, ‘100만 해고설’ 안영춘 편집장 jona01@mediaus.co.kr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1919∼1987)는 1943년 반파시즘 무장투쟁에 나섰다. 말이 좋아 ‘무장투쟁’이지, 레비가 속한 조직은 전투는커녕 사격 연습 한번 변변히 못해본 채 스파이에게 속아 체포됐다. 그러나 그는 다른 조직원들과 달리 처형되지 않았다. 대신 아우슈비츠에 수용됐다. 그는 유대인이었다. 행운이 아니었다. 정치범이라는 알량한 시민권마저 박탈되고, 인종청소의 대상으로서 비인간이 된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운좋은’ 극소수 수용자에 들었다. 그는 살아서 아우슈비츠 밖으로 걸어나왔다. 훗날 그는 처형되는 게 나았다고 회고했다. 평생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치열하게 기록하던 그도 끝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