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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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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의 폭로, 그리고 ‘르 디플로’의 한국식 번안 대회전을 앞둔 제도권 정치의 징후적 전경은 바로 ‘신장개업’이다. 크든 작든, 원내 진출이 점쳐지는 정당들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나 ‘정치 상가’에 아무리 풍선인형이 너울대도, 사람들의 눈길이 그곳으로만 쏠리는 것은 아니다. 그 와중에 영화 과 ‘나꼼수 비키니 시위’라는 노점 좌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양성도 대중이 자신의 관심, 나아가 유희와 쾌락을 주체화했을 때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의 공급자 독점 시대가 저문 건 확실하다. 간판 교체 따위로 돌이킬 수 없다. 주류 언론들도 과 ‘나꼼수 비키니 시위’ 현상을 호들갑스럽게 보도했지만, 핵심적인 것 하나를 빠뜨렸다. 정작 그들 자신에게 던져진 메시지에..
부러진 화살 혹은 복합골절 은 제2의 인가? 두 영화가 각각 지난해와 올해를 대표하는 실화극 장르의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회적 반향에서도 은 못지않다. 그러나 ‘도가니 현상’과 ‘부러진 화살 현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가지런하고 후자는 복잡하다. 가 단일한 정서를 용융해낸 분노의 도가니였다면 은 활을 쏘는 사대(射臺)이자 동시에 도처에서 난사되는 화살의 표적이기도 하다. 그런 현상에는 이 겨냥한 과녁이 하필 사법부였다는 것도 한몫 했을지 모른다. 오늘날 사법부는 입법부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대의정치의 최종 심급 반열에까지 올랐다. 그런 지엄한 권력이 화살을 맞고만 있을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로라하는 이름의 양식있는 재야 법조인들도 다양한 단서를 달아 이 영화의 메시지를 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