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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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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걸상 “걸터앉는 기구. 가로로 길게 생겨서 여러 사람이 늘어앉을 수 있는 거상(踞床)과 한 사람이 앉는 의자로 크게 나뉜다.” 에 나오는 ‘걸상’의 뜻풀이다. 언중은 흔히 걸상과 ‘의자’를 섞어서 쓰지만, 국립국어원은 걸상의 범주가 의자의 범주를 안으로 품는다고 정의한다. 와 는 빈센트 반 고흐가 프랑스 아를에 살 때 그린 작품이다. 평자들은 두 그림 모두 의자 주인의 인격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말한다. 반 고흐가 자신의 방을 그린 에도 의자 두개가 나오는데, 와 모양에 느낌마저 똑같다. 걸상은 본디 주인의 정령을 품는다는 듯이.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라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
반 고흐를 위한 ‘포스트 코로나’ 한달 남짓 전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한 점이 도난당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휴관 중인 네덜란드의 한 박물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바이러스 창궐에 따른 찰나 같은 보안의 빈틈을 도둑은 대범하게 파고들었다. 훔칠 배짱도 능력도 없고, 작품값에서 초현실감밖에 느끼지 못하는 나는, 죽기 전 저명 화가의 작품 한 점 소장할 기회가 오면 무조건 반 고흐 작품을 고를 거라고 멋대로 상상했다. 내 주머니 사정이 대수인가. 천문학적인 작품값은 어차피 화가 자신에게도 한푼 귀속되지 않은 것을. (어빙 스톤 지음, 최승자 옮김) 같은 전기나 (신성림 옮김) 같은 편지글을 읽다 보면, 그림을 향한 그의 불타는 열정만 와닿는 게 아니다. 살아서 작품 한 점 제대로 팔지 못할 만큼 싸늘했던 미술계의 외면과 처절했던 가난, 또 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