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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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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 피해자를 만났을 때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오른쪽 둘째)가 지난 6월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치밀하기 이를 데 없는 ‘비판 시리즈’( )를 이해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번째 문턱은 책 제목이 아닌가 싶다. 오래전 선생도 멘토도 없이 홀로 머리 싸매고 책장을 넘기다 도돌이표처럼 이런 의문과 마주치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성을 공격하는 내용도 아닌데, 왜 ‘비판’이란 제목이 붙었을까? ’독일어 ‘Kritik’(크리티크)를 번역하면 ‘비판’이 맞다. 은 ‘비판’을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
애도는 무엇으로 애도인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을 묻는 기자에게 “××자식”이라고 한 것은 그저 욕설로만 들리지 않는다. 문제의 표현은 특정한 출신 배경을 가진 이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표지를 붙인 데 연원을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질문자의 자격을 따졌고, 그 자리가 박 시장의 빈소였던 맥락까지 고려하면 ‘애도자로서의 자격’을 따졌던 셈이다. 그의 욕설을 순화해 재구성하면 “당신은 애도자로서 자격 미달입니다”쯤 되지 않을까. 빈소에서 기자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논쟁적일 수 있다. ‘굳이 그 자리여야 했을까’라고 물으면 여러 논거로 찬반이 갈릴 것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이 대표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은 ..
그들은 왜 검증에 나섰을까 낯선 선거였다. 이 글이 쓰인 시점과 발표되는 시점 사이에 서울시장 선거일이 끼어 있었지만,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선거 과정의 낯섦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야권 단일후보가 정당이 없는 무소속이었다는 사실부터가 이 낯선 선거의 서막이었는지 모르겠다. 정책 선거의 실종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저명한 시민운동가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선거에서 어느 때보다 비방전이 난무한 것은 확실히 뜻밖이었다. 더욱이 그 비방전에서 여야의 ‘전통적’ 공수 역할이 뒤바뀜으로써, 이번 선거가 한국 선거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짐작까지 하게 된다. 여권은 작심한 듯 초장부터 ‘검증’의 총공세를 펼쳤다. 학력, 병역, 재산 등 하나하나가 과거 야권의 단골 레퍼토리들이었다. 여권은 기성 정치세력도 아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