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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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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안경은 마스크 위쪽 틈새로 빠져나온 후텁지근한 입김을 뽀얗게 뒤집어썼으나, 그 너머로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올려다보인다. 1년 전 이맘때 ‘시계 제로’의 어둡고 탑탑했던 하늘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난해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온갖 대책이 쏟아졌지만, 대책 목록 가운데 ‘바이러스’는 들어 있지 않았다. 어느 전문가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코로나19가 해낸 것인가. 그러나 지난해에도, 또 올해도 우리는 마스크를 얼굴 높이 올려 쓰고 있다. 올봄 저 파란 하늘이 일러주는 가장 명징한 메시지는 초미세먼지 사태가 ‘사람의 일’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일상과 사람 집단의 산업 활동이 달라지자 공기도 달라졌다. 중국으로부터의 영향 감소도 그곳 사람들의 일상과 산업 활동이 달라진 데에 깊이 닿아 있을 터이다. 코..
신종플루보다 무서운 것들 위험사회에서 위험을 인지 못하거나 과잉반응 하거나 독일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의 특성을 ‘위험사회’라는 개념으로 포착해냈다. 지금이 옛날보다 훨씬 위험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현대 도시에서 길을 걷다 들짐승에게 잡아먹힐 위험은 사라졌다. 위험사회론은 위험을 통계적으로 예측·관리하고, 사후적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근대적 ‘믿음’이 더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통찰적 인식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 사고는 2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까지 피해의 범위와 규모조차 확정할 수 없다. 체르노빌 사고에 대비한 보험 상품을 내놓은 보험사가 있었다면 오래 전에 망했을 것이다. 오늘날 역학(疫學)적 현상도 위험사회론의 그물 안에 있다. 본디 전염병은 색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이 퍼지는 병이지만, 가장 빠르고 광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