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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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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의 트럼프들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서 ‘민주’와 ‘공화’는 하나의 명사로 묶여 있지만, 가치체계는 사뭇 다르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 시민들이 광장에서 외친 “국민의 명령이다”가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초했다면, “이게 나라냐”는 공화주의에 기초했다. 대통령 비선 실세가 사사로이 공적 영역을 전유한 데 대한 탄식이 “이게 나라냐”다. 민주주의는 주권재민의 원리이고, 공화주의는 공공성의 원리다. 전자는 개별 국민의 권리 신장을, 후자는 공동선과 조화, 평등을 지향한다. 둘이 균형을 이루며 서로 보완하도록 설계된 게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실현은 쉽지 않다. 더구나 공화주의는 우리에게 경험적으로 익숙지 않고, 개념적으로도 꽤나 복잡하다. 프랑스의 ‘부르키니’(무슬림 여성 전용 전신 수영복) 착용..
언론의 자유에 침을 뱉어라 한 달 반 만에 새로 올린 글, 그마저 블로그를 위한 글은 아니었습니다. 2월호에 쓴 글입니다. 먼지를 툭툭 털며, 포스팅합니다. (1995)에서 윌리엄 월레스(멜 깁슨)의 마지막 대사 “프리덤”은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구성한다. 영국 왕의 압제에 맞서 싸우다 최후를 맞는 이의 미학적 비장함은 단연 압권이다. 그러나 맥락은 스타카토처럼 튄다. 13세기, 스코틀랜드 독립투쟁을 이끌던 이의 마지막 발화가 과연 ‘자유’였을까. 이를테면 일제강점기 조선의 독립투사가 비운의 죽음을 맞는 순간 했던 말은 ‘자유’가 아니라 ‘대한독립 만세’였을 것이다. 또, 백인들의 잔인한 도륙 앞에서 아메리카 인디언이 ‘자유’를 외쳤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설령 월레스가 ‘자유’라고 외쳤다 해도, 그것은 ‘프리덤’(불..
언론학자들 “언론악법 강행처리 중단하라” 미디어공공성포럼 소속 138명 성명…“자유민주주의체제 위협” 언론학자들이 집단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강행 처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디어공공성포럼(운영위원장 강상현 연세대 교수) 소속 언론학자 138명은 6일 ‘한나라당은 언론 법안 강행 처리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대다수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신문과 방송 겸영, 재벌 방송 허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은 여론다양성과 언론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을 가져온다며 반대하는 것으로 여러 차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밝혀졌다”며 “한나라당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 처리라는 국회 본연의 자세마저 외면하고 언론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것은 다수 의석에 힘입은 의회 독재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광장을 바라보는 언론의 ‘불온한’ 시선 직접민주주의 실현하는 ‘정치공간’서 ‘정치’를 금하다 서울시청 앞을 광장으로 만드는 상상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거치면서 무르익었다. 연인원 2천193만명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열정의 붉은 축제가 깊게 잠들어 있던 광장의 욕망을 들쑤셨다. 문화운동가들이 광장 조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도 열심히 기사를 썼다. 2004년 5월 1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을 준공하고, 머릿돌을 세웠다. “그때의 열정과 감동을 간직하기 위해 시민의 뜻을 모아… 이곳이 통일의 환호로 가득하기를 기원하면서… 서울광장을 만들어 시민에게 바칩니다.” 지금 서울광장은 닫혀 있다. ‘차벽’으로 접근은 물론 조망까지 차단하는 것만이 ‘폐쇄’는 아니다. 몇몇 관제 문화행사가 아니면 사용 허가를 내주지도 않고, 집회신고도 받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