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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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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시국선언 실명제 말년에 미셸 푸코가 주목한 그리스어 ‘파레시아’(parrhesia)는 직역하면 ‘모두 말하기’이지만, ‘용기 내어 진실 말하기’ 정도의 개념으로 쓰인다. 부분적 사실만을 말하면 진실에서 멀어지는 원리와, 진실에 부합하는 모든 사실을 말해도 환대받기 쉽지 않은 현실을 겉과 속으로 아우른 듯하다. 특히 진실 말하기는 권력자의 노여움을 사기 마련이다. 사마천은 궁형을 당했고,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에 회부돼야 했다. 근대 이후로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에밀 졸라는 1898년 드레퓌스 재판을 겨냥해 ‘나는 고발한다’를 쓰면서 자신이 40년 동안 쌓아온 권위와 명성을 걸겠다고 했으나, 정작 걸지도 않은 생명까지 위협받아야 했다. 진실을 말하고 외려 손가락질받는 일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하다...
그의 예언이 적중하더라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월간지 의 편집장 노릇을 할 때, 성폭력 피해 생존자 인터뷰를 연재했었다. 연재 제목은 ‘내 몸, 파르헤시아’였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진실을 말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을 담았다. 그리스어 파르헤시아(parrhesia)는 ‘진실을 말하는 용기’쯤으로 풀이된다. 글감이 글감인지라 200자 원고지 50매씩 지면을 차지하다 보면 매체 이미지에 잿빛이 드리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주어가 되는 저널리즘을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앞섰다.막상 연재를 시작하고 나니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사달이 나곤 했다.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인터뷰이로부터 제목 속 표현 하나 때문에 거센 항의를 받는가 하면, 당사자만 겨우 식별할 수 있을 만한 사진 속 작은 표지를 프라이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