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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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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의 폭로, 그리고 ‘르 디플로’의 한국식 번안 대회전을 앞둔 제도권 정치의 징후적 전경은 바로 ‘신장개업’이다. 크든 작든, 원내 진출이 점쳐지는 정당들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나 ‘정치 상가’에 아무리 풍선인형이 너울대도, 사람들의 눈길이 그곳으로만 쏠리는 것은 아니다. 그 와중에 영화 과 ‘나꼼수 비키니 시위’라는 노점 좌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양성도 대중이 자신의 관심, 나아가 유희와 쾌락을 주체화했을 때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의 공급자 독점 시대가 저문 건 확실하다. 간판 교체 따위로 돌이킬 수 없다. 주류 언론들도 과 ‘나꼼수 비키니 시위’ 현상을 호들갑스럽게 보도했지만, 핵심적인 것 하나를 빠뜨렸다. 정작 그들 자신에게 던져진 메시지에..
선거에서 월드컵에게로 [6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읽기] 6월호를 6월 1일 새벽 5시에 마감했다. 해가 길어졌다. 어제 새벽에는 동트는 것을 보고 퇴근했는데, 오늘 새벽엔 동트는 것을 보며 숙직실로 간다. 아래는 6월호 소개글이다. 독자들이여, 많이 사봐달라. 지속가능한 밤샘을 위해! 6월은 4년에 한 번 꼴로 월드컵의 달이 된다. 축구공 하나를 놓고 푸른 행성(머잖아 화석이 될지 모를 이름이지만) 전체가 한 달 내내 열병을 앓는 풍경을 우주에서 바라본다면, 그 우주인이 메시나 호날두라도, 무척 낯설어 할 것이다. 그렇다고 월드컵이 좋으냐 나쁘냐를 따지는 건 부질없어 보인다. 축구는 괜찮지만 월드컵은 아니다라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사자는 괜찮지만 세렝게티에서 누를 사냥하는 사자떼는 나쁘다고 말할 수 없듯이. 축제는, 강..
가내수공업이 창조한 ‘신개념 하이브리드’ 매체여라 어제(5월 6일) 새벽 5월호 마감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 쓰러져 잤다. 5월 1일 노동절에도 출근해 새벽까지 일했고,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출근해 새벽까지 일했다. 그 사이에도 주욱 그런 식으로 일했다. 누구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는지 회의가 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그동안 노동시간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만 생각했다. 그런 내가 어쩌다 노동시간 때문에 내 일에 회의를 느끼게 된 걸까? 하늘이 내려주신 체력이 쇠진하고, 나도 이제는 늙은 걸까? 아니면 내 노동시간을 정의나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걸까? 오후에 ‘인권연대’와 ‘연세대 공공거버넌스와 법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집회·시위 토론회에서 발제를 했다. 지난해 여름 국가인권위원회 집회시위특별위원회가 제출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