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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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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혹은 복합골절 은 제2의 인가? 두 영화가 각각 지난해와 올해를 대표하는 실화극 장르의 작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회적 반향에서도 은 못지않다. 그러나 ‘도가니 현상’과 ‘부러진 화살 현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가지런하고 후자는 복잡하다. 가 단일한 정서를 용융해낸 분노의 도가니였다면 은 활을 쏘는 사대(射臺)이자 동시에 도처에서 난사되는 화살의 표적이기도 하다. 그런 현상에는 이 겨냥한 과녁이 하필 사법부였다는 것도 한몫 했을지 모른다. 오늘날 사법부는 입법부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대의정치의 최종 심급 반열에까지 올랐다. 그런 지엄한 권력이 화살을 맞고만 있을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로라하는 이름의 양식있는 재야 법조인들도 다양한 단서를 달아 이 영화의 메시지를 온전..
‘도가니’에 관한 저널리즘적 성찰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흥행의 문제가 아니다. 1천만 관객을 불러 모으는 작품이 그리 드물지는 않지만, 영화가 다룬 ‘사실’(팩트)에 사회 전체의 눈과 귀가 쏠리기는 (2003) 이후 처음인 듯하다. 는 상업성을 띤 극영화임에도 사실을 재현했다는 면에서 다큐멘터리의 고유한 영토인 ‘영화 저널리즘’을 성취했다고 볼 수 있다. 언론인 처지에서 관심이 가는 것도 이 대목이다. ‘사실 재현’의 적자를 자부하는 저널리즘이 해내지 못하는 것을 ‘허구’(픽션)의 영역에서 탁월하게 해내는 것을 보면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사회 여론은, 심지어 그 여론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회 시스템조차 이성보다는 감성과 정서에 더 강하게 지배되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사실, 대의제 민주주의뿐 아니라 그것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