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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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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검증에 나섰을까 낯선 선거였다. 이 글이 쓰인 시점과 발표되는 시점 사이에 서울시장 선거일이 끼어 있었지만,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선거 과정의 낯섦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야권 단일후보가 정당이 없는 무소속이었다는 사실부터가 이 낯선 선거의 서막이었는지 모르겠다. 정책 선거의 실종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저명한 시민운동가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선거에서 어느 때보다 비방전이 난무한 것은 확실히 뜻밖이었다. 더욱이 그 비방전에서 여야의 ‘전통적’ 공수 역할이 뒤바뀜으로써, 이번 선거가 한국 선거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짐작까지 하게 된다. 여권은 작심한 듯 초장부터 ‘검증’의 총공세를 펼쳤다. 학력, 병역, 재산 등 하나하나가 과거 야권의 단골 레퍼토리들이었다. 여권은 기성 정치세력도 아닌 ..
말 바꾸기의 위생학적 이해 이별하는 연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몇 가지 통과의례 가운데 하나가 ‘말 바꾸기’다. “영원히 너만 사랑할 거야”라는 숱한 맹세는 그 통과의례를 거치는 순간 빈말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별을 눈앞에 두고 상대방 말의 일관성 없음을 문제 삼는 짝은 드물 것이다. 비록 악감정에 복받치더라도, 상대가 악질이 아닌 한, 지난 밀어의 진정성만큼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작업성’ 코멘트를 포함한) 사랑할 때의 언어와 (쿨함을 가장한) 이별할 때의 언어가 서로 어긋날지언정, 그들에게 두 언어는 모순 관계에 놓이지 않는다. 세상은 말을 바꾸는 행위를 흔히 윤리의 잣대로 재단하지만, 말 바꾸기 자체가 윤리성의 문제일 수는 없다. 말 바꾸기에 윤리를 적용하는 일이 조자룡의 헌칼 쓰기 같아서는 안 된다. 말을 바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