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성천에 들어 산 것들을 만나다 사람들은 무릎 높이까지 바지를 걷어 올렸다. 며칠에 걸친 총강우량은 80~100mm였다고, 사흘 전 기상청은 발표했다. 봄비였다. 남한강 이포보 제방 200m를 쓸어가고, 낙동강 취수장 가물막이를 무너뜨려 56만2천 명이 마실 물을 삼켜버린 비는 이곳에도 똑같이 내렸다. 키가 큰 사람도 키가 작은 사람도, 다만 무릎까지 걷어 올렸다. 무릎은 물의 물리적 깊이가 아니라 사람의 심리적 깊이 같아 보였다. 바로 옆에 수달이 누고 간 똥이 보였다. 큰물이 쓸고 간 뒤에 남긴 하루이틀 사이의 흔적일 터였다. 그 똥이 일러주는 건 이곳 수달의 넉넉한 개체 수와 부지런한 품성이었다. 발원지에서 45km 내려온 내성천 상류 물가 모래밭에서 도강은 시작됐다. 산에는 연록으로 봄단풍이 스며 싱그러웠다. 경북 영주시 평은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