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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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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그 이상을 금지하는 ‘애도 저널리즘’ 주류언론이 자살을 다루는 ‘이기적’ 방식들 주류 언론이 자살을 다루는 방식은 대상과 성격에 따라 갈린다. 이름 없는 사람이 지하철에 몸을 던졌을 때는 사건 발생 개요에 이어 한 문장으로 된 자살 동기 분석과 역시 한 문장으로 된 열차 지연 사실을 병렬 배치한다. 자살 동기는 철저히 ‘개인화’된다. 생활고 비관, 성적 비관 같은 사유에 대해 사회적 맥락을 짚는 일은 드물다. ‘사회화’되는 것은 오직 공중의 피해(열차 지연)뿐이다. 택배 노동자 박종태씨 자살 보도도 이 프레임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 자살자가 유명 연예인일 때는 보도 전체에 상업주의가 관통한다. 조문 오는 동료 연예인들 모습 사진 한 장 한 장이 뉴스가 된다. 이른바 ‘조문 저널리즘’이다. 자살 동기와 관련해서도 온갖 추론이 쏟아지고, 이들 ..
조선일보, 경찰, 코페르니쿠스, 그리고 칸트 [미디어스 데스크] 미디어스 사이트 개편에 부쳐 1. 가 ‘오랜만에’ 탤런트 고 장자연씨 자살 사건을 대서특필했습니다.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 25일이었습니다. 1면 사이드 기사와 함께 8~9면을 털고 사설까지 동원해 도배를 했습니다. 그 많은 내용 가운데 7할이 조선일보의 “자사 특정 임원”과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일보 ○ 사장’이라고 표기해왔던 바로 그 인물 말입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자사 특정 임원”이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한 차례도 스트레이트 기사로 보도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자기네가 국회의원 아무개 아무개와 일반시민 아무개 등을 고소했다는 기사나, 자사 임원에 대한 터무니없는 모함인 게 밝혀지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할 것이..
조선일보판 '벌거벗은 임금님', 장자연 리스트 '○○일보 ○사장'을 돌파하는 김대중 고문의 전술 얼마 전 피맛골 어느 술집에서 인권변호사인 정정훈 변호사와 저녁도 거른 채 파전 한 장 앞에 놓고 소주를 마셨다. 몇 번 소줏잔을 부딪치고 나자 대화 주제가 장자연 리스트의 ‘○○일보 ○ 사장’으로 넘어갔다. 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발언 부분에 대해서는 ‘○○일보 ○ 사장’으로 보도했고, 조선일보사가 이종걸 의원에게 공문을 보낸 행위 등에 대해서는 ‘조선일보사’ 이름을 적시했었다. 앞서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 피의자의 이름은 ‘강○○’이란 표기를 끝까지 지켰다. (▷유영철 사건 비사로 돌아본 ‘얼굴공개’) 정 변호사는 미디어스의 ‘일관성’을 높이 샀으나 나는 고민이 깊었다. 강○○ 보도 때는 ‘잘난 체한다’고 욕을 먹었는데 이번엔 ‘비겁하다’고 욕을 먹고..
‘리스트’의 화학적 속성과 연금술 ‘있을 법한 개연성’, 결국 언론·수사당국 손타며 ‘뒤틀린 사실’로 확정 박연차 리스트가 춘삼월 여의도를 얼어붙게 하고, 장자연 리스트는 연예계가 아닌 신문·방송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른바 ‘리스트 정국’이란 시간의 단면을 포착한 삽화 같지만, 서사적 맥락 위에 놓고 보아야 제대로 읽히는 내러티브다. ‘리스트’는 땅속에서 부글거리는 마그마 같은 것이다. 압력이 임계점을 넘으면 지각을 뚫고 용출한다. 리스트의 내용도 ‘있을 법한 개연성’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것일 따름이다. 땅밑에 언제나 마그마가 끓고 있는 것처럼. 모든 리스트에는 확연한 공통점이 있다. 등장인물이 정·관·재·언론계 따위 힘깨나 쓴다는 직업군을 벗어나는 법이 없고, 거의 다 남성이라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뉴욕 최대 성매..
장자연 보도, 그 진지한 선정주의 KBS의 알권리 차원 문건공개, 인터뷰 편집왜곡으로 빛바래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으로부터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고 거절한 적이 있다. 나는 적임자가 아니었다. 그 사안에 대한 이런저런 배경설명과 함께 다른 인터뷰 대상을 소개해줬다. 그런데 그 방송사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내가 인터뷰를 한 것처럼 방송에 내보냈다. 그 뒤로 나는 방송기자 전화라면, 잘 아는 후배일지라도 “지금 녹음하고 있느냐”부터 묻는다. 정식 인터뷰를 할 때도 반드시 “내 말을 몇 초로 쓸 건가” 확인한 뒤 딱 그 시간만큼만 말하고 끝낸다. 방송사가 임의로 내 말을 잘라 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뜻이다. 장자연이라는 여성 연예인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었다. 그의 죽음은 개별성에서 벗어나 그의 노동과 성을 착취한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