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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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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홀연히 봉하마을에 다녀오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 기고]인간과 정치를 분리하는 담론의 외설성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는 이 글을 청탁받는 것과 함께 ‘생활의 발견’ 풍으로 내게 찾아왔다. 잊고 지내던 이의 부음이 들려오면 봉투에 담을 돈의 크기를 찰나 가늠하는 풍경처럼 말이다. ‘생활의 발견’에 빗대면, 연인에게 이별을 선언하다 말고 삼겹살집 주인에게 생고기인지 냉동고기인지 따져 묻는 것처럼. 아니 그 반대로, 고기의 냉동 여부를 천진하게 묻다가 별안간 정색하고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활의 발견’은 내게 꽤나 어려운 텍스트다. 웃음은 괄약근이 풀리듯 터져 나오지만, 가슴 속에는 자잘한 이슬이 맺히게 한다. 웃음과 울음이 상극인지, 서로 다르기는커녕 분리조차 할 수 없는 것인지, 그 순간 판단이 서지 ..
아시아에서 비구니가 보내는 편지 이 글은 필립 퐁스 도쿄 특파원이 달포 전쯤 상주 낙동강을 찾아가 지율 스님과 인터뷰한 내용으로, 지난 12월 4일 에 게재됐습니다. 한국판 번역위원인 박지현 국제남극보호연합(ASOC) 한국지부 캠페이너께서 번역해 주셨습니다. 자신들의 토건적 탐욕을 채우기 위해 지금도 지율 스님을 마녀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이 나라 정치인들과 언론들, 매판 지식인들은 앞으로 불매 운동을 전개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푸른 눈의 외국인도 번연히 아는 이치를 저들 윤똑똑이들은 몰라라 합니다. 모래톱 위에 몸을 숙인 채, 그녀는 흐르는 강물에 손을 맡기다, 이내 물길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는 고운 모래를 한 줌 쥔다. 이곳은 서울 남동쪽에서 200km 떨어진 낙동강. 유유히 장엄하게 흐르는 낙동강의 물줄기는 크게 굽이쳐 ..
프로 레슬링으로 본 오늘 한국 5월29일치 ‘왜냐면’에 실린 글이다. 쪽에 꼭 실어달라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를 해서, 겨우 실렸다. 살면서 매체에 글 실어달라고 청탁해보기는 처음이다. 본디 저널적 글은 선도가 생명인데, 시간을 오래 끌어 물이 갔다. 자존심도 상하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어느 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했다. 신문에서는 군데군데 서너 문장이 잘렸다. 분량이 넘쳤나 보다. 아프다. 나도 늘 다른 사람 글을 자르면서 필자의 아픔을 이해하려고 해왔는데, 아픔을 느끼는 인간의 몸은 모두 개별적이어서, 그 간극을 넘어설 수 없나 보다. 아래 글은 신문에서 잘린 대목까지 다 담은 원문이다. 얼마 전 지율 스님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한숨을 폭 내쉬신다. 그날 에 실린 칼럼(‘아니면 말고’ 선동, 3진아웃 시켜야)을 보시고, 말 ..
지율스님이 ‘정정보도’에 빠진 이유 [미디어스 데스크] ‘수의 악령’을 깨기 위한 또다른 결가부좌 안영춘 편집장 jona01@mediaus.co.kr 신문에서 가장 압축적인 표현양식은 뭘까? 스트레이트 기사나 사설은 저널리즘이 만들어낸 압축적 표현의 결정체다. 특히 스트레이트 기사는 신문이라는 매체의 발달사와 궤를 같이한다. ‘사실’(만)을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좀 더 정확하게는 독자와 사회가 그렇게 믿도록 신화화한 ‘특화된’ 형식이자, 신문 기사의 가장 ‘보편적’ 형식이다. 만평 또한 매우 압축적이다. 손바닥보다 좁은 지면 위에 당일의 핵심의제를 ‘촌철살인’한다. 다만 스트레이트 기사가 다분히 공학적 결과물이라면 만평은 작가의 직관과 창의력에 따라 결과가 판이해지는 창작물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스트레이트 기사나 ..
언론이 법원 판결을 ‘활용’하는 풍경들 매개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왜곡한 뒤 두고두고 확대재생산 법원의 판결 결과는 대개 개인에게 귀속되지만, 결국 사회적 규범을 규정하는 구실까지 하게 된다. 이때 법원과 사회를 매개해주는 것은 역시 언론이다. 그만큼 언론의 판결 보도와 해석은 정확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고, 오히려 언론이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이 큰 논란이 됐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04년 병무 비리 전문가 김대업씨에게 무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징역 1년10월을 선고했다. 대다수 언론은 김씨를 ‘공작정치의 대가’라고 낙인찍었다. 그 낙인은 2007년 대선에서 “BBK 의혹 역시 공작정치”라는 정치선전에 동원됐다. 그러나 김씨가 ..
지율스님 “생명의 화두는 결코 놓을 수는 없다” [인터뷰] 79일째 단식 지율 스님…절망을 딛고 ‘초록의 공명’을 울린다 2005-01-13 새해 들어 몇몇 언론들은 “지율 스님이 ‘신변정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부와 연락도 아주 끊었다고 전했다. 80일 가까운 단식이라는 물리적 현실은 홑따옴표까지 붙은 ‘신변정리’의 기호에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읽어내게 했다. 그의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물어도 “연락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스님은 이 무심하고 야박한 세상에 마지막으로 무거운 부채의식을 안기고 그렇게 떠나려는 걸까.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는 조급함말고 달리 작정은 없었다. ‘천성산’ 홈페이지에 스님 앞으로 편지를 썼다. 꼭 뵙고 싶노라고. 두어 시간 뒤 스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찾아와도 좋다고 했다. 그의 선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