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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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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조중동만 고립된 대한민국 [5일 밤 9시] 쉰아홉번째 촛불문화제 5제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1. 시민이 만든 광장이 대통령이 만든 광장을 삼키다 쉰아홉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린 5일 오후, 서울 태평로 대한문 앞 무대차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부채살처럼 거리를 점유해 나갔다. 시민들은 청와대 방향을 등지고, 조선일보사 앞을 대각선으로 차단한 전경버스 차벽 앞까지 태평로를 가득 채우며 종심을 길게 이어갔다. 오후 6시가 되자 중고생, 농민, 종교인을 비롯해 이 나라에서 진짜 시민권을 가져 마땅한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워 광장을 만들었다. 어림잡아 20만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불도저로 만든 시청앞 서울광장은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거대한 광장의 일부로 빨려들어갔다. 2. 버스차벽 뒤로 ..
KBS 앞 폭력과 학살의 기억 해질 무렵 들려온 소식 어제(6월23일) 해질 무렵 사무실에서 머리털 비틀어가며 글을 쓰고 있는데, 한 기자가 대뜸 이런 말을 하더군요. “다음 아고라에 방금 떴는데, KBS 앞에서 1인시위하는 여성이 집단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갔대요.” 가해자는 이른바 ‘보수단체’(단체 이름을 몰라 이번에도 하는 수 없이 이 제도권 표현을 쓰지만, 그럴 때마다 목에 탁탁 걸립니다) 회원들이라고 하더군요. 마침 ‘언론 자유와 집회 자유의 관계’에 대해 두 번째 글을 쓰고 있던 터여서인지 다른 때보다 훨씬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할일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저녁 반주로 소주 한 잔 걸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술은 마시는 순간 두뇌와 가슴 사이 연결통로를 확장시킨다는 게 제 오랜 음주 이력에서 나온 결론입니다. 덕분에 이성..
방송사 앞의 정반대 두 목소리 지금 서울 여의도 두 방송사 앞은 연일 집회로 북적댑니다. (너무나 조용한 또 하나의 방송사 구성원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소외를 극복하고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듯합니다^^)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아 굳이 '북적댄다'고 표현해 봤습니다. 여론을 모으고 전파하는 방송사 앞에 여론의 오프라인 경합장이 서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 해섭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들 방송사 앞에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집회가 맞붙고 있습니다. 언론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건 자연스럽다 치더라도, 정반대의 목소리(특히 어느 한쪽은 다른 한쪽을 잡아먹을 듯하고 있죠)가 대치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일 겁니다. '동시에 떴다'기보다는 한쪽이 하는 걸 보고 다른 쪽이 맞불을 놓은 것..
KBS 한놈 먼저 쥐어패다! [콩트 : 2009, 촛불은 없다] ② - 개구리복과 종교인들의 KBS 습격사건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작년(2008년)까지 이 나라엔 웬 언론사가 그리 많았던가. 전두환·허문도는 그런 대한민국 언론판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타임머신 타고 언론 통폐합 직후, 그러니까 1980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겠지? 전국 신문·방송 다 합쳐봐야 열 손가락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면 셀 수 있었던 그 시절에도 언론이 너무 많다고 여겼으니 작년엔 오죽했을까. 이 자들은 다시 쿠데타를 꿈꿨을지도 몰라. 다시 쿠데타를 일으킨다면 역시 언론 통폐합부터 하려들겠지. 사실, 언론들, 국가 발전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 설쳐대기는 삼강오륜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같으니, 나부터..
서경석 목사, ‘마이크 빼앗는’ 자유발언대 ‘촛불광장’ 부근서 기독교사회책임 촛불반대 집회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평화시민 평화시위.” 14일 저녁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서울광장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이런 구호가 적힌 손팻말이 쌓여 있었다. 거리에 촛불이 밝혀진 지 38일. 전날 평화의 거리를 전쟁터로 만들어버린 보수단체의 섬뜩하게 각지고 날선 연병장 구호를 쿨하게 타고 넘는 구호였다. 이제 시민들은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절한 언어를 스스로 도출하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촛불집회 장소인 서울광장에서 50m쯤 떨어진 파이낸스센터 앞.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가 ‘더 이상의 촛불시위는 법치를 무너뜨리고 국가 경제를 어렵게 합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는..
서울광장 밖, 문화적 느낌은 달랐다 [현장]촛불집회 앞둔 광화문 주변 분위기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712@hanmail.net 경찰은 뉴라이트전국연합·국민행동본부 등이 집회를 열고 있는 10일 서울광장 안쪽과 광장 가장자리를 따라 둥글게 늘어선 촛불집회 참가 단체들의 천막촌 사이를 인계철선으로 둘러쳤다. 그러나 정작 양쪽을 갈라놓은 건 경찰이 아니었다. 양쪽은 분위기, 문화적 느낌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다. 행사장 안쪽은 엄숙함과 비장함만이 낮게 깔려 흘렀다. 이와 달리 행사장 바로 코앞에서는 시민 대여섯명이 경쾌한 개사곡에 맞춰 발랄한 댄스를 선보였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쏟아지는 초여름 햇살을 하얀 이로 튕겨내며 헤설프게 웃고 있었다. 경찰의 인계철선은 저기압과 고기압이 만나 형성된 기압골인 셈이었다. 광장을 벗어나 태평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