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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누스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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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정의와 법치주의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인 마사 누스바움은 전공이 철학과 문학인데, 1994년부터 이 대학 로스쿨에서 고전 문학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강의를 했다. 그 강의에서 영감을 얻어 쓴 책이 (Poetic Justice)라는 명저다. 시카고대에서 미래 법률가들에게 문학 강의를 한 건 누스바움이 처음은 아니다. 1970년대 초부터였다고 하니 유서가 깊다면 깊은데, 우리에게는 몹시 낯설기만 하다. 법대나 로스쿨 강의실이라면 법리에 정통한 석학, 가령 70년대 미국 드라마 에서 입꼬리가 고집스럽게 처진 킹스 필드 교수가 학생들의 논리적 빈틈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풍경이 떠오른다. 소포클레스, 플라톤, 세네카, 디킨스를 읽는 누스바움 강의의 풍경은 사뭇 대조적이다. 밤잠 내쫓으며 법전을 외워야 하는 미래 법률가들에겐 부질없는..
어린 왕자가 될 뻔한 박래군 50대 중반인 박래군은 20대 때부터 자신의 삶을 인권운동에 바쳐온 사람이다. 그의 얼굴은 짙은 구릿빛인데, 그 원인은 후천적인 데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리의 삶이 일상이다 보니, 얼굴 피부에 가해지는 일사량도 늘 차고 넘칠 터이다. 그가 거리에서 보낸 시간은 예외 없이 다른 누군가를 위한 시간이었다. 그의 시간은 가깝게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조금 멀게는 용산 참사 유가족들에게 온전히 바쳐졌다. 봉사로 치면 이만큼 헌신적인 봉사도 없을 것이다.그런 그가 얼마 전 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에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관련 미신고 집회·시위를 주도하고, 집회 도중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혐의에 대한 판결이었다. 이 나라 사법부가 이미 그의 인권운동에 몇 차례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