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통령

(3)
오늘의 적, 내일의 적 대통령 선거 얘기를 하지 않는 게 하는 것보다 어려운 시절이 돌아왔다. 자신이 찍은 후보가 당선되는 걸 본 적이 없는 이라면 성가시거나 소외된 시간으로 들어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냉소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육박해오는 시간일 수 있다. 후보와 그 진영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내가 알기로 선거에 졌다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후보는 여태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국민의 현명한 선택 앞에 고개 숙이고, 서둘러 앞날을 다짐했을 뿐이다. 2012년 12월19일, 대선 결과가 나오기 무섭게 노동자 세 명이 목숨을 끊었다. 모두 장기 투쟁 사업장 소속이었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게 아니라 천 길 벼랑 끝이 발밑에서 무너진 ‘추락사’였다. 애초 그들 앞에 놓인 ‘죽느냐 죽..
게이트, 대통령제가 낳은 스캔들 ‘게이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용(미르)이 등장하고 말(승마)이 등장하는 걸 보면 머잖아 12간지 동물이 총출동하는 설화 같은 현실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협지처럼 허황하고 막장 사극처럼 봉건적인 요소로 가득 찬 구성은 보는 이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픽션이었으면 훌륭한 희극이 되었을 이 스토리는, 그러나 논픽션인 바람에 비극이 되고 말 운명이다. 설령 결론이 권선징악이 되더라도 크게 희망적일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한들 게이트는 반드시 다시 도래하기 때문이다. 게이트는 결코 소멸하는 법 없이 주기적으로 회귀한다는 걸 우리는 숱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게이트의 출현 주기는 5년이다. 5년은 대통령 임기와 관련이 깊다. 대체로 대통령 임기가 1~2년 남았을 때 게..
‘7천만 원’이라는 불문법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시간을 두고 살펴본 바, 한국의 주류 언론이 결코 태도를 바꾸지 않는 사안은 딱 하나다. 가장 완고할 것 같은 북한에 대한 보도 태도도 어떻게든 상황논리를 반영하게 돼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때 그들이 누구보다 격정적이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어떤 사실관계와 맥락에서도 끝내 변하지 않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 파업에 대한 보도 태도다. 그것은 이제 클리셰를 넘어서 뚜렷한 강령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유성기업 노동조합이 합법적 파업을 하고도 뭇매를 맞고 있다. 노동자들은 사용자 쪽의 사업장 폐쇄에 맞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무더기로 구속됐다. 그러나 공권력의 매질 전에 언론의 멍석말이가 먼저 있었다. 보도만 보면, 파업 노동자들은 국가경제 차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