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이트

(2)
게이트, 대통령제가 낳은 스캔들 ‘게이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용(미르)이 등장하고 말(승마)이 등장하는 걸 보면 머잖아 12간지 동물이 총출동하는 설화 같은 현실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협지처럼 허황하고 막장 사극처럼 봉건적인 요소로 가득 찬 구성은 보는 이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픽션이었으면 훌륭한 희극이 되었을 이 스토리는, 그러나 논픽션인 바람에 비극이 되고 말 운명이다. 설령 결론이 권선징악이 되더라도 크게 희망적일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한들 게이트는 반드시 다시 도래하기 때문이다. 게이트는 결코 소멸하는 법 없이 주기적으로 회귀한다는 걸 우리는 숱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게이트의 출현 주기는 5년이다. 5년은 대통령 임기와 관련이 깊다. 대체로 대통령 임기가 1~2년 남았을 때 게..
‘게이트’의 야릇한 법칙 이만 하면 ‘게이트’라 부를 만한 대특종이다.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전날 밤, 고액 예금주인 이른바 ‘가장 선량한 고객’들을 은밀히 (정작 자기들끼리는 대놓고) 불러서 돈을 빼준 행위를 시사주간지 이 폭로했다. 다른 매체들이 일제히 뒤를 좇았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계기관에 엄중 조처를 지시했다. 그러나 선처의 여지가 없는 부산저축은행의 범죄 행위는 그 자체로 게이트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게이트는 행위의 영역이 아니라 담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 행위를 둘러싸고 여론의 장에서 전개되는 과정이 게이트를 구성하는 것이다.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과거 유사 사례들이 머잖아 더 들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금 인출 사태를 두려워해야 할 금융기관이 자진해 거액을 빼준 것은 그들의 품성과 아무 관련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