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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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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두고 한동안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피의사실을 육하원칙에 따라 삼엄하게 기술해야 하는 문서의 성격과 위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보다 검찰이 잘 알았을 테고, 그런데도 굳이 그걸 사용한 의도쯤은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한국어와 영어의 혼종으로 그럴듯한 사자성어 꼴을 갖춘 이 신조어의 거침없는 번식력에 정작 눈길을 빼앗겨, 이러다가는 머잖아 헌법 조문에도 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열없는 상상까지 하고 말았다. ‘내로남불’은 1996년 당시 신한국당 의원이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처음 사용했다는 설이 있다. 본인 주장이지만, 사실이라면 일단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성싶다. 일회성 유행을 넘어 언..
‘이메일 첨삭’ 알바 뛰는 검사님 [미디어스 데스크] 2009 대한민국 ‘감시와 처벌’ 안영춘 편집장 jona01@mediaus.co.kr 1-1.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panopticon·원형감옥)은 공간 기획을 넘어선 심리 기획이다. 감옥 둘레를 따라 둥근 원통 모양의 건물을 세운다.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감방이 층층이 배치된다. 감옥 한가운데에도 원통 모양의 감시탑이 세워진다. 간수 한 사람이 사방을 둘러보며 죄수 전원을 감시할 수 있으니 대단히 효율적이다. 하지만 진짜 효율은 ‘간수 숫자 대 죄수 숫자’ 비율로 산출되지 않는다. 죄수들은 간수가 감시탑에 있는지 없는지, 감시하는지 하지 않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니 간수가 없어도, 혹은 그 안에서 고스톱을 치고 있어도 상관없다. 죄수들은 ‘자기검열’로 스스로를 통제한..
검찰 “언소주 관련 ‘수사 촉구성 보도’ 말라” ‘형사 처벌’ 기정사실화하는 언론에 이례적 요구 “검찰이 조선·동아·중앙일보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에 대해 광고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일부 좌파성향 단체 관계자들에게 공갈 및 강요죄로 형사처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노승권)는 16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등 단체들의 광고주 협박 행위에 대해 법률 분석을 한 결과, 공갈 및 강요죄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로 결론 내렸다.” “언소주와 관련해서 마치 처벌을 기정사실화하고 수사하는 것 같은 ‘추측/수사 촉구성 보도’에 난처하다. 당분간 개별 기자와 접촉하지 않겠으니 양해 바란다. 나중에 공개할 필요가 있으면 공개하겠다. 모든 건 3차장에게 확인해달라.” “(죄목, 집행부 소환 일정 등에 대해)..
PD수첩은 ‘언어 전쟁’이다 제 블로그에 들어와 본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군요. 공과 사의 균형이 무너지고, 하루하루 정신없는 나날입니다. 무엇보다 글 쓸 시간이, 그럴 만한 마음의 평정을 찾을 겨를이 없습니다. 얼마 전 한 영화잡지에 발표했던 글을 올립니다. 제가 지은 집에 스스로 찾아올 기회가 많아지길, 그리하여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되찾기를 바라고, 벼릅니다. 휴~ PD수첩은 ‘언어 전쟁’이다 15년 동안 이름 석 자 뒤에 ‘기자’라는 호칭을 달고 살면서, 난 언론인이 1인분의 용량을 넘어서는 직업인이라고 생각해왔다. 나를 포함해 적지 않은 언론인들이 자신의 능력과 인격의 용량보다 큰 ‘사역’을 감당하고 산다. 비슷한 부류의 직업인으로 종교인, 교육자 등을 꼽을 만한데, 지식노동을 한다는 것 말고도 이들에겐 ..
검찰, 정연주 전 KBS 사장 불구속 기소 "적자면해 연임하려 1892억 날려"…정씨 쪽 "납세도 죄인가"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정연주 전 KBS 사장이 20일 세무 소송 과정에서 KBS에 189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 전 사장이 기소됨에 따라 국세청과의 소송을 취하하고 환급금에 합의한 것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사장 변호인단은 "세금을 낸 것이 범죄가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이날 "정 전 사장은 2005년 6월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556억원만 환급받기로 합의하고 소송을 취하해 회사가 실제 환급받을 수 있는 2448억원을 받지..
PD수첩 판결서 2002 월드컵을 떠올리다 예상기사 빗나가면 허위보도?…신문들 아전인수가 허위보도!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올림픽이 며칠 안 남았다고 하니 스포츠 얘기로 시작해 보자.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 프랑스 대 세네갈 경기는 1-0, 세네갈의 승리로 끝났다. 4년 전 우승팀이자 피파 순위 1위 팀이 월드컵 첫 출전팀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면 개막전을 앞두고 프랑스의 낙승을 예상한 언론 보도는 ‘허위’인가? 나는 이 질문을 지금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김성곤 부장판사)에 던지고 있다. MBC 이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추정한 것에 대해 ‘허위 보도’라고 판결한 그 재판부 말이다. (재판부는 “이미 두 차례 후속보도를 내보냈으므로 정정보도 청구를 기각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