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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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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인가 ‘무한도전’ 불방인가 요즘 내 아이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본방을 언제 다시 볼 수 있느냐이다. 한 달을 넘긴 문화방송(MBC) 파업과 관련한 소소한 삽화이겠으나, 좋은 징후와 나쁜 징후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생각거리가 적지 않다. 좋은 징후라면, MBC 파업이 잊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1895일을 파업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았고, 올 초 1500일을 넘긴 재능교육 노동자 거리투쟁의 정확한 날수를 확인해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니 회사 쪽 홍보 기사밖에 보이지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같은 언론업종인 파업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MBC 파업은 우리 집 어린 친구도 안다. 그러나 MBC 파업이 을 통해 인지되는 현실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방송사 파업의 압도적 풍경..
‘도청’이라는 취재방법론 사칭하고, 으르고, 협박하고, 거래하고, 심지어 훔치는 일은, 고백하건대 언론판의 무용담거리다, 라고 나는 2005년 12월에 썼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 때다. 문화방송 이 취재원을 을러서 원하는 답을 얻어냈다는 주장이 제기돼 급기야 프로그램이 중단된 직후였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적어도 저널리즘에 있어서는 논쟁적이다. 공권력이 아닌 언론이 꼭꼭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려면 다양한 수단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공익을 위하는 목적이 확고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은 논쟁적일 수 없다. 당시 언론들은 도덕군자 행세를 했다. 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을 사정없이 질타하던 그 순간에도, 그들 자신은 사칭하고 으르고 협박하고 거래하고 훔치는 행위를 중..
외설스런 블랙리스트, 비장한 성희롱 7월에 써놓은 글인데, 이제야 포스팅을 한다. 심리적으로 무척 불안한 상태(지금도 마찬가지지만)에서 쓴 글이어서, 엎어진 쓰레기통 같다. 고쳐보려고도 했지만 의욕이 생기지 않았고, 버리려고도 해봤지만 이 또한 내 흔적인 것을…. 다음엔 잘 쓰면 될 거 아닌가, 라고 자위하며…. 상업 언론의 호들갑은 이따금 코미디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요즘 한국 언론의 데시벨이 높은 것을 언론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어도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저널리즘의 경구를 떠올릴 것도 없다. 세상이 코미디라면 그 세상을 재현하는 언론도 구조적으로 코미디 장르를 벗어날 수 없다. 지금 한국 사회는 ‘추문’이라는 이름의 꽃밭에 한꺼번에 꽃이 피고 있는 형국이다. 현 정권 구성 세력을 비롯..
세종시와 KBS 시청료 인상의 함수관계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을 관습헌법이 지배하는 나라로 둔갑시켜 행정수도 이전을 가로막았던 5년 전이나, 대통령과 그의 국무총리의 ‘의연하고 당당한’ 일방통행으로 행정도시가 백지화 위기에 몰린 오늘이나, 그들이 끝내 집착하는 건 ‘중앙’이라는 단 하나의 상징이다. ‘권력의 공간’으로서 중앙은 지리적으로 곧 ‘서울’이다. 서울이 아닌 곳은 모두 ‘지방’일 뿐이다. 서울대가 한국대로 개명하지 않고도 한국 고등교육 자원을 통째로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것도, 서울지역에 소재하지 않은 대학은 ‘지방대’라는 메타명칭으로 묶여 불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중앙의 공간적 해체는 권력을 내려놓는 것에 견줄 만한 일이다. 세종시를 ‘관제 기업도시’로 만들려는 정부의 행태는 2차 대전 이후에도 식민지를 유지하려고 엄청난 ..
‘특보’ 이전에 ‘땡전’이 있었다 자신의 기사가 ‘폭로’돼야 하는 기자 출신 공영방송 사장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은 한국 기자들에게 더없이 맞춤한 경구다. 서구 유력지 기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의 권위자들이지만, 한국에서는 ‘전문기자’라는 호칭조차 아직 낯설다. 한국 기자들의 분야는 출입처에 의해 구획되고, 출입처 간에는 위상차가 뚜렷해, 사다리를 오르듯 출입처를 옮기는 것이 기자로서 성공하기 위한 숙명의 길이다. 위의 경구는 요즘 들어 중의적인 뜻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과거 행적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구르고 또 구르는 기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새로 KBS의 사장이 된 인물이 그런 경우다. 그는 방송 기자를 하다 정치판에 뛰어들어 대통령 후보 특보 노릇을 해놓고, 다시 공영방송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누가 김제동을 잘랐을까? 정치권력의 압력만으론 부족…방송사 내부 적극적 부역 주목 연예인 김제동의 인기는 그의 작은 눈과 토끼 이빨에서 나온 게 아니다. 지금 KBS 사장이 언론계에서 욕을 들어먹는 이유가 그의 2대8 가르마에 있지 않듯이. 내 눈에 김제동은 한국 예능프로그램 진행자 가운데 재치와 순발력에서 가장 뛰어나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다른 출연자와의 관계·소통 방식이 요즘 방송 포맷에 잘 맞아떨어질 뿐, 프로그램을 이끄는 개인적 재능에서는 김제동에 크게 못 미친다. 그리고 김제동의 재능은 의식과 동행한다. “방송은 시청자 여러분의 것”이라는 방송사들의 입에 발린 말을 곧이듣지 않더라도, KBS가 김제동을 하차시킨 것은 반 시청자적 행태이기 전에 자해적 행위다. “우리 방송 우리가 망가뜨리겠다는데 뭔 상관이냐”는 말은, 적..
후안무치한 공영방송 길들이기 [안영춘/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 mediaus@mediaus.co.kr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이긴 하지만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검찰이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로 검찰의 ‘법 해석’과 ‘사실 확정’이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파렴치범’으로 몰렸던 그는 처벌을 면하는 것을 넘어서 명예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게 바로잡히게 되는 걸까? 인권 변호사인 정정훈 변호사는 법원이 수사기관의 잘못을 바로잡더라도 “칼 맞은 이후 갑옷을 내주는 때늦음이 있다”고 했다. 기막힌 비유다. 정 전 사장은 지금 해고 무효 소송도 벌이고..
법원 “강성철 KBS 이사 임명 무효” 신태섭 전 이사 1심 승소…정연주 전 사장 해임 효력에도 영향 지난해 7월 신태섭 당시 KBS 이사를 해임하고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보궐이사로 선임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26일 신태섭 전 KBS 이사가 이명박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를 상대로 낸 ‘보궐이사 임명처분 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7월 동의대가 신 당시 이사를 교수직에서 해임하자 방통위는 “신 이사가 교수직에서 해임됨에 따라 KBS 이사 자격을 상실했다”며 곧바로 강성철 교수를 보궐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신 전 이사는 “KBS 이사직을 한다는 이유로 동의대로부터 해임돼 무효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방통위가 본인을 해임하고 보궐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