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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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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몽진과 파천 같은 뜻을 지닌 몽진(蒙塵)과 파천(播遷)은 고귀하면서도 누추한 표현이다. 오직 임금에게만 쓸 수 있지만, 궁을 버리고 몸을 피할 수밖에 없는 딱한 행위를 이른다. 몽진은 ‘먼지를 뒤집어쓴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의 시성 두보의 ‘춘망’(春望)에 나온다. 제아무리 임금이라도 피난길에는 먼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몽진에는 시적 파토스가 서려 있다. ‘임금이 자리를 옮긴다’는 뜻의 파천은 상대적으로 덤덤하다. 하지만 실상은 한층 누추하다. 1896년 2월11일 이른 아침 , 궁녀 교자(가마) 두대가 경복궁 영추문을 빠져나갔다. 한대에 둘씩 ‘합승’하고 있었다. 교자는 1㎞ 남짓 떨어진 러시아공사관 앞에 멈춰섰다. 상궁 옷차림의 네 사람이 내렸다. 하지만 그중 둘은 여장 남자. 고종과 세자였다. 한해 전..
KBS 사장엔 M&A 전문가가 적임? ‘공영방송 사영화-비판언론 소멸’ 각본 완성 위한 완벽 캐스팅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정연주 해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명박 정권이 정연주 KBS 사장을 ‘무덤’ 속으로 보내려면 대통령의 해임 재가와 검찰의 신병처리까지 아직 몇 단계 절차가 남아 있지만, 그의 ‘부활’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권은 KBS를 장악하기 위해 법과 상식을 물리력과 궤변으로 궤멸시키는 전술로 상징적 진지를 거푸 ‘돌파’했다. 앞으로는 일사천리다. 대통령이 서명하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법과 상식의 폐허 위에서 집행하는 검찰의 ‘무법’은 그 스스로 이미 ‘합법’이다. 허물어진 상징은 고지를 지키려는 쪽에도 더는 큰 의미가 없다. 상징의 완충장치가 무너졌으니,..
방통위와 황구(黃狗)의 닮은점 '청와대→교과부→동의대→방통위→청와대'…똥의 연쇄 지난주 토요일엔 장대비가 오시더니, 이번 주말(19일)에도 새벽부터 빗줄기가 쏟아지고 계십니다. '하늘과 땅 사이 가득한 물줄기.' 제가 4년 전 시원의 감동을 주는 여름비에 시각적으로 붙여본 표현입니다. 그런데 오늘 비는 제게 미식의 기회를 포기하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후에 늙은 기자 신학림이 일구시는 주말농장 텃밭에서 미디어스 식구들과 맛있는 단고기 잔치가 예약돼 있었는데, 비 때문에 취소됐거든요. 내일이 초복이더군요. 튀김닭이라도 한 마리 배달시켜 먹어야겠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식용으로 즐기는 개는 황구(黃狗)지요. 이 한자어를 우리말로 풀면 '누렁이'지만, 그 표현에는 한국사람과 황구 사이의 유구하고도 각별한 인연이 온전히 담기지 않습..
소년 '범생이'에서 진짜 '기자'로 [인터뷰] 사표낸 30대 중반 기자와의 취중 대화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소년은 ‘범생이’었다. 제도교육을 누구보다 착실히 받았다. 코 밑 잔털이 굵고 뻣세지기 시작할 무렵에도, 교육받은 내용을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소년은 국가가 표상하는 반듯한 청년으로 자랐다. 대학 시절 막걸리를 마실 때도 가장 선망하는 국가는 미국이었다. 청년은 그 나라 이름에서 이성과 합리성, 자유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돈을 벌면 반드시 그 나라로 유학을 가겠다는 꿈을 키웠다.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다. 기자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였다. 원서를 넣어봤다. 한 번에 붙었다. 청년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기자가 되었다. 삼십대 중반의 기자는 폭탄주가 몇 순배 돌자 초저녁부터 얼굴이 불콰해졌다. ..
'청와대 엠바고 폭로' 김연세 기자 사직 코리아타임스, 스포츠부로 전격 발령…"납득할 수 없다"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한미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쪽의 보도 유예 요청 사실을 폭로했던 김연세 기자가 갑자기 스포츠부로 발령이 나 인사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기자는 신문사 쪽의 인사 발령에 항의해 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기자는 지난 주말 신문사 간부로부터 정치부에서 스포츠부로 인사 발령이 날 것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자는 지난 5월 8일 한승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 기간 기업인 간담회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사실을 정부 공식 발표보다 먼저 알렸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