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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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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파를 재현하는 진보언론의 풍경 언론은 프리즘이다. 사회 현상은 언론을 투과하면서 분광해 지면이나 화면에서 다시 재현된다. 굴절각은 매체마다 편차가 있다. 하지만 각도가 비슷한 매체끼리는 서로 스크럼을 짜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그 결합도가 개별 매체 간 편차보다 훨씬 크다 보니 ‘조·중·동’과 ‘한·경’이라는 제3의 제호를 낳았다. ‘조·중·동’과 ‘한·경’의 대립적인 편차는 역으로 이들의 보도 행태 자체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읽히도록 한다. 언론이 재현의 ‘주체’가 아니라 프리즘을 투과해 재현되는 ‘대상’이 되는 셈이다.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사태는 언론이 재현의 대상이 되는 극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낯설다. 이번 사태의 보도 행태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단연 ‘크기’다. 어림짐작컨대, 진보 정당 운동 20년 역사 전체를 통틀어 보..
건드릴수록 위험한 ‘나꼼수’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급기야 세계적 권위지 의 1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조회수가 1천만 건을 넘는 세계 1위의 팟캐스트라는 양적 가치에만 주목한 것은 아니다. 권위지답게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어떻게 조응한 결과인지 분석을 곁들였다. 그러나 이 놀라운 현상을 뒤따라온 것 가운데는 전혀 놀랍지 않은 것도 있다. ‘나꼼수’는 위험하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어만 바뀌었을 뿐 무척 낯익은 언설이다. 비하와 경계의 반대편에는 찬양과 열광이 있다. 이것도 아주 낯선 것만은 아니다. 둘은 가치평가가 다를 뿐, 인식 구조는 상동적이다. 서울시장 선거의 1등 역적이거나 정반대로 1등 공신이다. ‘나꼼수’를 힘의 실체로 보는 것에서 둘은 같다. 매스커뮤니케이션 효과 이론의 전형적 시각이다. 이 이론의..
‘여론 다양성’에 대한 다양한 시선 이름값 높은 연예인이나 예능 피디가 거액을 받고 종합편성채널(종편)로 간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건 그 쪽이 아니다. 기자 영역은 가히 엑소더스 수준이다. 수도권의 지역 민방 보도국은 정상적인 뉴스 제작이 어려울 만큼 많은 인력이 종편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인력 유출이야 무슨 수로든 메울 수 있지만, 종편 출범과 함께 맞게 될 광고 매출 감소는 당장 지역 매체들을 생존의 위기로 내몰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초 정부와 조·중·동의 종편 허가 논리는 ‘여론 다양성 높이기’였다. 방송3사의 여론 지배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방송사 몇 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관변 언론학자들이 언죽번죽 엄호했다. 이들이 교묘한 이론과 통계를 제시하면 조·중·동이 확대재생산했다. 이들..
제척과 친피가 없는 18세기적 한국 언론 법을 만드는 국회가 불법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리투표와 재투표는 입법부의 자기존재부정이다. 제1야당은 100일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국회 밖에서 ‘법치 구현’을 도모하고 있다. 언론이라면 이론적으로는 대서특필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경험칙은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일부 언론의 경우 이 사태를 크게 보도하는 게 오히려 기이하게 비쳤을 것이다. 경험이 일러준 대로, 그들은 거의 침묵하고 있다. 일전에 이 지면을 통해 언론이 액면 그대로 ‘사회의 목탁’이 될 수 없는 존재론적 한계를 말한 적이 있다. 엄격한 객관성이 직업윤리의 핵심을 이룰수록 원칙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관에게는 ‘제척(除斥)’이라는 규범이 있다. 특정 사건의 당사자나 사건 내용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관을 ..
‘사회의 목탁’이 먼저 울려야 할 곳 '사회의 목탁’은 언론에 관한 가장 고전적인 레토릭이다. 사회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는 늘 한발 앞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충분조건과 언론 자신이 문제의 원인이어서는 안 된다는 필요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언론의 문제의식은 대체로 사후약방문이다. 문제가 곪고 곪아야 목탁을 울린다. 그런가 하면 언론 자체가 사회적 문제이기 일쑤다. 신문시장은 이 나라 불공정거래의 온상이다. 동아일보의 젊은 사주와 간부들이 불법 주식거래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 기업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물증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는 모양이다. 불법 주식거래에 대해 목탁을 두드려야 할 언론이 정작 불법을 저질렀다. 당사자야 그렇다 치고, 다른 언론들은 뒤늦게라도 목탁을 두드려야 할 텐데..
검찰 “언소주 관련 ‘수사 촉구성 보도’ 말라” ‘형사 처벌’ 기정사실화하는 언론에 이례적 요구 “검찰이 조선·동아·중앙일보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에 대해 광고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일부 좌파성향 단체 관계자들에게 공갈 및 강요죄로 형사처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노승권)는 16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등 단체들의 광고주 협박 행위에 대해 법률 분석을 한 결과, 공갈 및 강요죄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로 결론 내렸다.” “언소주와 관련해서 마치 처벌을 기정사실화하고 수사하는 것 같은 ‘추측/수사 촉구성 보도’에 난처하다. 당분간 개별 기자와 접촉하지 않겠으니 양해 바란다. 나중에 공개할 필요가 있으면 공개하겠다. 모든 건 3차장에게 확인해달라.” “(죄목, 집행부 소환 일정 등에 대해)..
지율스님이 ‘정정보도’에 빠진 이유 [미디어스 데스크] ‘수의 악령’을 깨기 위한 또다른 결가부좌 안영춘 편집장 jona01@mediaus.co.kr 신문에서 가장 압축적인 표현양식은 뭘까? 스트레이트 기사나 사설은 저널리즘이 만들어낸 압축적 표현의 결정체다. 특히 스트레이트 기사는 신문이라는 매체의 발달사와 궤를 같이한다. ‘사실’(만)을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좀 더 정확하게는 독자와 사회가 그렇게 믿도록 신화화한 ‘특화된’ 형식이자, 신문 기사의 가장 ‘보편적’ 형식이다. 만평 또한 매우 압축적이다. 손바닥보다 좁은 지면 위에 당일의 핵심의제를 ‘촌철살인’한다. 다만 스트레이트 기사가 다분히 공학적 결과물이라면 만평은 작가의 직관과 창의력에 따라 결과가 판이해지는 창작물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스트레이트 기사나 ..
상복보다 더 시키먼 조중동K의 속내여 ※ 이 글은 제763호(2009.06.05)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대형 특별기획 표지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저는 그동안 외부에 발표한 글에 대해서는 해당 매체 인터넷이 기사를 공개하고 나면 와 제 블로그에서 ‘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지만, 이번 글은 ‘발행’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6월4일 오후 에 톱기사로 걸려서, 같은 글 하나를 놓고 세 곳에서 ‘노출’하는 것이 민망해졌기 때문입니다. [표지이야기-분노의 기억] 족벌언론과 관제방송 KBS의 ’애도 저널리즘’…타살 공범관계 뒤덮으려 ‘탈정치’ 덧칠하다 당신은 슬프던가? 제호 아래, 5월의 폭우를 맨몸으로 맞고 선 봉하마을 추모객들의 먹물 같은 표정 사진은 당신 심장 안으로 삼투압되던가? 호외판 1면 가득 실린 망자의 얼굴 사진을 보며, 3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