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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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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장이 필요한 사람들 ‘조국 정국’을 대분류하면 절반은 ‘표창장 정국’이다. 논문 교신저자나 연구소 인턴 문제는 그 하위범주로 분류하면 된다. 핵심은 ‘조작’ 여부다. 대한민국 정치권과 검찰, 언론은 물론 온 국민까지 사생결단으로 이 문제에 매달려왔지만, 그 와중에 난 한갓지게 ‘표창장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고맙게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조국 장관 낙마 표창장’으로 고민을 덜어줬다. 표창장이란 본디 부조리거나, 역설이거나, 한바탕 소극이었다. 표창장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때가 더러 있다. 4대강 사업 유공자로 표창장을 받은 이는 1152명이다. 수자원공사, 국토부, 환경부, 국방부 등에서 녹봉을 먹는 이가 가장 많다. 강을 파헤치고 막으면 물이 맑아진다고 했던 학자들이 뒤를 잇는다. 영주댐 사업을 담합해 처벌받은..
MBC 파업인가 ‘무한도전’ 불방인가 요즘 내 아이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본방을 언제 다시 볼 수 있느냐이다. 한 달을 넘긴 문화방송(MBC) 파업과 관련한 소소한 삽화이겠으나, 좋은 징후와 나쁜 징후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생각거리가 적지 않다. 좋은 징후라면, MBC 파업이 잊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1895일을 파업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았고, 올 초 1500일을 넘긴 재능교육 노동자 거리투쟁의 정확한 날수를 확인해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니 회사 쪽 홍보 기사밖에 보이지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같은 언론업종인 파업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MBC 파업은 우리 집 어린 친구도 안다. 그러나 MBC 파업이 을 통해 인지되는 현실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방송사 파업의 압도적 풍경..
디자이너 이명박의 ‘레트로’ 컨셉쇼 [미디어스 데스크] ‘퇴행의 전위’에 선 그의 비전략적 낙후성 안영춘 편집장 jona01@mediaus.co.kr ‘복고풍’이라는 표현은 형용모순처럼 들린다. ‘옛것으로 돌아가기’와 ‘최첨단의 유행 이끌기’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광년(光年) 단위의 거리감을 준다. 하지만 미리내를 사이에 두고 헤어져 있던 견우·직녀가 1년에 한 번씩 만나 사랑을 나누듯, 둘은 주기적으로 만나 설화 같은 현상을 빚어내고 다시 헤어진다. 만났다 헤어지기를 영원히 반복하는 그 상대적인 절대성을 복고풍은 은유하고 있다. 그리하여 복고풍은 ‘낭만적 전위’의 이미지를 획득한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은 온전한 명제가 아닐 것이다. (돌고 돌기만 해서야 패션 디자이너가 뭔 필요가 있겠는가.) 둘은 회귀, 순환에 갇혀 있다기 보다..
‘서민 대통령’ 이명박의 습관, 기억, 세뇌 "내가 가난해봐서 아는데", 가난한 건 네 탓이다 서민(庶民). 마지막 왕조가 무너진 지 100년이 지난 민주공화국에서도 이 ‘왕조의 호명’은 여전히 널리 유통되고 있고, 특히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자신’과 ‘그들’의 교집합을 도들새김 하기 위해 깊이 애호하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 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성도 “친서민 정책”이었다. “내 스스로가 서민 출신 아닌가.” 그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거듭 강조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당선됐고, 또 꾸준히 서민정책을 펼쳐왔지만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정부의 홍보 부족도 준열하게 질타했다. 비록 파편적 사실이지만, 그가 이른바 ‘서민 출신’인 것은 맞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했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부자 감세=서민 정책..
태극기 ‘간지’의 뻔뻔함 이명박 대통령 신년사 배경에 도열한 10개의 태극기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애국가 하면 경건함과 장중함을 떠올린다. 그러나 같은 애국가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1987년 6·10민주화항쟁 때 시민들이 거리에서 불렀던 애국가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윤도현이 무대 위에서 불렀던 애국가의 차이를 떠올려보면 쉽다. 둘의 차이는 때와 장소의 차이, 그리고 그 선율을 타고 흐르는 맥락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그뿐 아니라 윤도현의 애국가는 ‘리메이크’라는 공정을 거치기도 했다. 2004년 3월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의안 가결 당시 사지가 들려 본회의장 밖으로 끌려나온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불렀던 애국가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1년(정확히 355일) 뒤 같은 ..
“정치권·기업·국민 힘모아 위기 극복하자” 이명박 대통령 첫 라디오 연설, 고통분담 호소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가 우여곡절 끝에 13일 오전 KBS2라디오를 통해 전파를 탔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정치권과 기업, 국민이 힘을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내용으로 연설했다. KBS는 청와대가 미리 녹음한 이 대통령의 연설을 이날 아침 7시 15분부터 8분 동안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를 통해 방영했다. 이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요즘 선진국들이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는데 우리도 내년까지는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을 쫓다 허둥대면 모두가 패배자가 될 ..
'대통령과의 대화'와 부부싸움의 닮은꼴 [안영춘] 소통을 외면 당한 국민의 마음을 열려면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거친 대화(소통)가 외면보다는 낫다. 그러나 말이 오간다고 모두 대화는 아니다. 이를테면, “아(애)는?… 묵(먹)자… 자자… 존나(좋아)?” 경상도 싸나이의 ‘과묵함’을 찬미(또는 풍자)하는 이 우스개 안에는 ‘거칢’은 있되 ‘대화’가 없다. ‘거친 대화’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버럭 아내 : “지금 몇 시야? 그 잘난 핸드폰은 폼으로 들고 다니냐? 오늘은 당신이 애들 방에 가서 자.” (그동안에는 아내가 스스로 애들 방으로 옮겼다.) -납작 남편 : “한번만 살려주라. 다시는 안 그럴게. 다음부터는 늦으면 전화라도 꼭 할게.”(“앞으로 늦지 않겠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술에 취해 ..
“정권과 경영진 덕에 싸울 이유를 알았다” [인터뷰]PD수첩 ‘광우병 쇠고기’ 편 제작한 김보슬 PD 미디어스 안영춘 기자 jona01@mediaus.co.kr 벌써 넉 달이 지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합의하고 파안대소한 지도, 미국산 쇠고기가 절대 안전하다는 정부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지도. “벌써 그렇게 됐어요?” MBC 김보슬 PD는 “넉 달이 지났다”는 얘기에 화들짝 놀랐다. 넉 달 새 세상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넉 달 전과 넉 달 뒤는 완전한 단절이었고, 시간관념은 증발해버렸다. 어제 해임된 KBS 사장은 오늘 검찰에 체포되고, KBS 사장이 체포된 날 MBC 경영진은 PD수첩 사과방송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8월12일 저녁, 김 PD는 5년째 다닌 회사 1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