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6/10

(2)
‘검은 시위’의 불편함을 넘어 얼마 전 서울 도심에서 열린 ‘검은 시위’에 취재차 갔다.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가 정해져 있었다. 너른 야외 마당이 온통 검은색으로 일렁였다. 폴란드에서 낙태금지법 폐지를 이끈 여성들의 검은 옷 시위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했다. 참가자는 20대 여성이 다수였지만, 더러 나이 지긋해 보이는 여성들과 젊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나이 든 남성은 현장에서 프레스 카드를 발급받은 기자들 말고 없었다. 많은 이들이 검은색 머플러로 얼굴을 가렸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남성의 언어로는 더는 소통할 뜻이 없다는 단호한 선언처럼 보였다. 나이 든 남성 기자들은 다만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9월23일 보건복지부는 낙태 수술을 한 의료인의 자격정지 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는 내용으로 ‘의료관계 ..
게이트, 대통령제가 낳은 스캔들 ‘게이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용(미르)이 등장하고 말(승마)이 등장하는 걸 보면 머잖아 12간지 동물이 총출동하는 설화 같은 현실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협지처럼 허황하고 막장 사극처럼 봉건적인 요소로 가득 찬 구성은 보는 이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픽션이었으면 훌륭한 희극이 되었을 이 스토리는, 그러나 논픽션인 바람에 비극이 되고 말 운명이다. 설령 결론이 권선징악이 되더라도 크게 희망적일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한들 게이트는 반드시 다시 도래하기 때문이다. 게이트는 결코 소멸하는 법 없이 주기적으로 회귀한다는 걸 우리는 숱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게이트의 출현 주기는 5년이다. 5년은 대통령 임기와 관련이 깊다. 대체로 대통령 임기가 1~2년 남았을 때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