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소년은 그들과 이어진 벼리이다 (한종선, 전규찬, 박래군·문주·2013 증보판)에 쓴 서문입니다. 코흘리개 적 우리는 길에서 색안경을 끼고 카세트 테이프 반주에 맞춰 개신교 복음성가 메들리를 부르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때가 잔뜩 낀 플라스틱 바구니에 공책 살 돈까지 살뜰히 털어넣고야 만 경험을 한두 번은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른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규범에 조금씩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말해 ‘나라님도 구제 못하는 가난을 어찌 일개 바른 생활 어린이의 오지랖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판단이 서면서부터, 우리는 공책 살 돈의 효용을 공책에만 국한시키게 됐다. 그러고 나면 시각 장애인 가수들은 거리 풍경의 보잘 것 없는 소품이 되어 소실점 너머로 사라졌고, 그들의 노래 소리도 귓전에서 차츰 소거되었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