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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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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파를 재현하는 진보언론의 풍경 언론은 프리즘이다. 사회 현상은 언론을 투과하면서 분광해 지면이나 화면에서 다시 재현된다. 굴절각은 매체마다 편차가 있다. 하지만 각도가 비슷한 매체끼리는 서로 스크럼을 짜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그 결합도가 개별 매체 간 편차보다 훨씬 크다 보니 ‘조·중·동’과 ‘한·경’이라는 제3의 제호를 낳았다. ‘조·중·동’과 ‘한·경’의 대립적인 편차는 역으로 이들의 보도 행태 자체가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읽히도록 한다. 언론이 재현의 ‘주체’가 아니라 프리즘을 투과해 재현되는 ‘대상’이 되는 셈이다.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사태는 언론이 재현의 대상이 되는 극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낯설다. 이번 사태의 보도 행태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단연 ‘크기’다. 어림짐작컨대, 진보 정당 운동 20년 역사 전체를 통틀어 보..
엽기적 개인은 왜 ‘탄생’하나 3차 저축은행 퇴출 사태는 지금 몇 문장짜리 가십 기사로 재현되고 있다. 저축은행 회장이라는 자가 고객 돈을 빼돌려 야밤에 밀항을 하려다 붙잡혔는데, 알고 보니 중졸 학력인 그는 젊어서 서울대 법대 출신 행세를 하며 가짜 졸업장으로 대기업에 입사를 했는가 하면, 나이 들어서는 신용불량자이면서도 저축은행 대주주 노릇까지 했다는 것이다. 신문과 방송들은 이 기인의 엽기적 일대기를 알리는 데만 몰입하고 있다. 비슷한 예는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12월,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던 미국에서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 출신인 버나드 메이도프의 다단계 금융(폰지) 사기 사건이 터졌다. 피해액만 무려 650억 달러였다. 미국 언론들은 이 번듯해 보이는 금융가의 엽기적 사기 행각을 보도하기에 바빴다. 메이도프의..
프랑스 대선을 보는 정신승리법 ‘올해는 선거의 해’라는 말은 한국 언론에게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한 해에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것도 20년만의 일이니 지나친 호들갑이라고만은 할 수 없으나, 한국 언론은 딱 거기까지다. 올 한 해 국제 정세의 향방을 가를 외국의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한둘이 아니다. 최근만 해도 중국의 차기 권력이 시진핑으로 정해졌고,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한 박자 쉬고 다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 사건이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문·방송을 통해 알기는 쉽지 않다. 미국 대선 공화당 예비선거에는 오히려 과한 관심을 보이지만, 결코 경마중계식 보도를 넘어서는 법이 없다. 지난 22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5월 6일 결선 투표가 치러진..